산업계 "정부의 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안, 신중한 추진 필요"

입력 2020-09-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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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업종별 단체, 산업 발전포럼 개최…"신중하고 합리적인 개정 필요"

▲산업 발전포럼에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창욱 기자 woogi@)
▲산업 발전포럼에서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유창욱 기자 woogi@)

정부가 추진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산업계가 우려를 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추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산업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26개 업종별 단체는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지배구조ㆍ내부화 관련 규제정책과 기업성과’를 주제로 산업 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은 시점이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고, 개정해야 한다면 좋은 취지는 살리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도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2만4141건의 법안 중 3923건이 기업규제 관련 법안으로, 입법 규제 천국이라 말할 수 있다”며 “규제들이 기업에 또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작용하면 어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넘어온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 △다중대표소송제도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감사위원 분리선임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선출 단계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함으로써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 등의 합산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해 소액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송원근 연세대학교 객원교수는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해 주주 평등의 원칙을 위배하고, 주주권(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미국, 독일, 일본 등 외국에서도 입법사례가 전혀 없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외국의 경쟁기업이나 투기자본이 추천한 인사가 새로운 제도를 통해 국내 기업의 감사와 이사로 선임되면 경영 관련 비밀 정보가 새나갈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제도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를 상대로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모회사의 주주가 지분이 없는 자회사의 배임 행위까지도 문제 삼을 수 있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 주주의 이익이 자회사 주주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전제하고 있어 출발 선상에서부터 문제가 있다”며 “다중대표소송이 도입되면 지주회사체제로 운영되는 국내의 여러 기업집단이 소송 위험을 많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산업계는 정부가 상법과 함께 개정을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도 우려를 이어갔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익편취 규제대상 범위를 확대해 기업의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지분율이 높은 자회사는 사실상 모회사와 경제적 동일체로, 이들 계열사 간 거래의 대부분은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 추구 △거래 안정성 △상품 및 서비스의 품질 유지 등을 위한 정상적인 거래”라며 “이를 사익편취로 보고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기업 간의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면 경쟁력 강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며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내부화와 특정인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내부화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만기 회장은 정부의 개정안에 대해 “대주주의 기업 지배권을 약화하는 입법 취지는 달성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국내 기업이 외국 경쟁사에 좌우될 우려가 있다”며 “장기적인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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