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상업용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를 비롯해 비대면 소비 공간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대형 제품에 적용되는 마이크로 LED 등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차세대 기술로 꼽히고 있어 미래를 위한 투자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하반기 들어 상업용 디스플레이 신제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신시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TV, PC, 모바일에 이어 '제4의 스크린'으로 불리는 사이니지는 두 기업 공통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당 시장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향후 가파른 시장 성장세가 점쳐지면서 B2B(기업 간 거래) 영역 중 가장 매력적인 분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에는 대형 경기장, 공연장 등이 대거로 문을 닫으면서 기세가 주춤했지만, 최근 키오스크, 전자칠판 등 비대면 산업양식에 따라 수요가 오름세로 전환되는 추세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Technavio)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2023년까지 87억2000만 달러(10조457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시장 규모(2조5000억 원)를 감안하면 4년간 시장 규모가 4배 커질 것으로 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스타벅스 의왕 청계점 드라이브 스루 방식 주문에 쓰이는 사이니지를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문을 연 스타벅스 드라이브 스루 전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며 비대면 수요 잡기에 나섰다. 서울 삼성동 SM타운, 미국 프로풋볼(NFL) 경기장, 이탈리아 두오모 대성당 외벽 등 국내외 랜드마크에 납품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달 중순에는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디스트릭트(d’strict)’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사이니지에 들어갈 콘텐츠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다. 사이니지 활용 콘텐츠를 디스트릭트와 함께 개발하고, 고객들에게 제품과 콘텐츠를 묶은 맞춤형 상품을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이달 10일 초고화질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LG MAGNIT'(매그니트)를 아시아, 북미, 유럽 등에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세계 주요 공항에도 속속들이 진출 중이다. 하반기 들어 러시아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국제공항 신규 터미널에 항공운항정보표출시스템을 사이니지로 구축했고,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노르웨이 공항에서도 LG 사이니지를 만날 수 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마이크로 LED 사이니지, 케이블리스 LED 사이니지, OLED 사이니지 등 차세대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사이니지 부문에서도 LCD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 상업용 디스플레이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아직 B2C 제품에 적용하기에는 단가나 수율 면에서 어렵다 보니, B2B 제품에서 우선적으로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