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로 해수부 공무원이 실종된 지 9일이 지났다. 이달 21일 오전 A 씨는 자신이 타고 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에서 슬리퍼를 남긴 채 사라졌다.
군에 따르면 A 씨는 월북을 위해 표류하다 22일 오후 북한 해상에서 북한군에 총격을 받고 숨졌다. 시신은 불태워졌다. 국방부는 24일에야 이 같은 사실을 공식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가 피격된 적은 있지만, 현직 공무원이 북한군에 총을 맞고 죽었으며 시신이 불태워졌다는 사실은 큰 충격을 줬다.
수사권을 가진 해경은 실종 신고를 받은 21일 오후부터 A 씨 수색을 시작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군은 자신들의 정보를 해경에 넘겨 주지 않았고 해경의 수사 범위는 너무 좁았다. 해경은 29일에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도 전날에야 군에서 북한의 감청 정보를 받고 분석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수사에서 중간수사결과 발표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다.
군은 해경의 첩보자료 제공 요청에 답이 없다가 28일에야 마지못해 공개했다. 군은 이씨가 피격된 이후 ‘무대응’, ‘뒷북정보공개’ 등의 비난을 받아 왔고 이런 점 등을 의식해 해경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자료열람을 허용했다. SI(Special Intelligence·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라고 불리는 이 정보는 북한군 통신을 감청해서 얻은 정보다.
실종된 공무원 소속은 해수부였다. 그러나 해수부가 이번 사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해수부는 A 씨 실종 이후 해경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실종자 수색 및 유가족 지원 정도에 그쳤다. 이번엔 해경이 비협조적이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경에 A 씨 관련 정보 공유를 요청했지만,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29일부터 수색작업 현황 등을 공유하며 출입기자단에 공지하고 있다.
이번 A 씨의 실종과 수사 과정을 보면 정말 같은 정부 맞나 싶게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못했다. 해경은 5일 만에 중간수사결과라며 군의 월북 판단을 되풀이했다. 군과 해경, 해수부의 불통은 결국 국민에게 혼란만 줬다.
A 씨의 형은 이날 군과 해경이 자신의 동생이 월북했다는 판단을 믿지 못했다. A 씨 형은 "왜 나와 동생, 우리 가족에게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다. 반드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