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 예정인 '개인유사법인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간과한 채 획일적으로 기준을 적용해 성장을 막고 세 부담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6일 '개인유사법인의 사내유보금 과세의 문제점 검토' 보고서를 내고 이 제도가 개별법인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과세기준이 되는 적정 유보소득을 획일적으로 정해 경영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법인은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해 유보소득을 늘린다. 유보금이 많아졌다고 획일적으로 과세하는 것은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한경연 측은 우려했다.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문제도 지적했다. 현금이 부족한 법인은 유보소득이 있다고 해도 배당을 할 수 없는데도 이를 배당으로 간주해 주주에게 배당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개별적인 법인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산정된 금액은 적정 유보소득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는 추후 과세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증세”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부가 정한 ‘개인유사법인’ 요건에 해당하는 곳은 조사대상 중소기업 300개 중 49.3%(148개)에 달했다. 이중 적정 유보소득(세후 수익의 50%)을 초과하는 기업은 9.3%(28개)였다.
이처럼 개인유사법인이 많은 것은 한국에서 신생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경우가 드문 탓이라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기준 법인세 신고법인 78만7000곳 중 중소기업이 89.3%인 것을 고려하면 개인유사법인은 약 35만 곳, 적정 유보소득을 초과하는 법인은 약 6만5000곳으로 예측했다
임 위원은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가족기업은 잠재적 탈세자’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과세하는 것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무시한 행정행위”라며 “특히 전체 실업률보다 청년 실업률이 2배가 높은 심각한 상황에서 동 제도가 도입된다면 청년창업을 지원·육성한다는 정부정책에도 반하고 증세 효과만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계획하지 않은 배당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자본 축적을 못 하게 돼 중소기업의 성장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기업은 미래의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험을 대비하여 사내유보금을 적립하고, 적립된 자본은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디딤돌 구실을 한다”며 “사내유보금이 많이 적립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는 것은 투자, 연구개발 등을 통한 기업의 미래성장을 어렵게 하고 세 부담과 경제적 비효율만 높여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성장기회를 빼앗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하여 개인유사법인의 사내유보금 과세 제도를 도입해 이미 대기업에 도입한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및 법인세 최고세율 3% 인상 등과 함께 법인에 대한 전방위적인 증세 정책을 완성하려고 한다”며 “중소기업이 대부분 개인유사법인이라는 현실을 간과한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세 부담만 증가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만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