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원화 가치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를 계기로 다시 돌아올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지지해온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달러 약세·원화 강세 추세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코스닥에서 2조1250억원을 순매수했다. 앞서 외국인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 1월과 7월을 제외한 나머지 8개월간 계속 한국 주식을 팔아치워 연초 이후 현재까지 총 27조81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외국인의 한국 증시 이탈 흐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지지해온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달러 약세·원화 강세 추세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상당 부분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통상 달러 약세·원화 강세 환경에서는 환차익에 민감한 글로벌 패시브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초반 우세해 보였던 지난 4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3.6원 오르고 외국인은 코스피·코스닥 주식을 2074억원 순매도했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은 5~6일 이틀간 원·달러 환율은 17.3원 떨어져 약 1년 9개월 만의 최저치인 1120.4원으로 마감했으며,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5일 1조4011억원, 6일 459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든의 경기부양 기조는 ‘케인스’이기 때문에 공화당의 경기부양보다 적극적 의지가 강하다”며 “정부가 주도해서 성장을 이끈다는 경제철학으로 경기 부양 규모도 클 것이고 재정 지출이 확대될 것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는 중장기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달러 약세는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하지만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는 미국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 욕구를 키울 것이란 풀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이 대선과 하원은 물론 상원까지 차지하는 ‘블루 웨이브’ 가능성이 극적으로 열리면서 대규모 재정적자·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의원 선거 결과 민주당이 절반(50석)에 2석 못 미치는 48석을 확보한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결선 투표를 거치는 조지아주의 2석이 모두 결선 투표에 가게 됐다. 만약 내년 1월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이 2석 모두 승리하면 50석을 확보해 공화당과 동률이 되며, 이 경우 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1표를 행사해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다.
김하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