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거진 일자리 부족 사태에 대해 고용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 단어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어느 정도 강도로 이어질지 예상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대책을 마련하기 가장 어려운 이유라고 말한다. 외환위기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회복 시점을 예상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는 예측 자체가 어려워 맞춤형 대응 방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이에 정부가 한정적인 재원을 가지고 모든 국민을 위한 돈 풀기를 하기보단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생계를 위협받는 취약계층, 저소득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동원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장(전 고려대 교수)는 “과거 스페인독감을 보면 발생 첫해보다 이듬해가 더 심각했다. 지금도 서막에 불과하고 이제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며 “기업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받아서 버텼는데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가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재난지원금 등 전 국민을 상대로 재정을 사용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로 끝날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저소득층, 취약계층 등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정부가 신속하고 정확한 소득 파악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소득 파악이 안 되는 저소득층이 상당수 존재한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비대면·플랫폼 노동자는 더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소득 파악 시스템을 구축해 저소득층인데도 소득 파악이 안 돼 정부 지원에서 후순위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생계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와 직무역량 유지 노력이 시급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코로나19 상황이 닥치니 일을 할 수 있는 임금 근로자와 하루 일을 안하면 생계비를 벌 수 없는 계층이 확 갈렸다”며 “추경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지원하곤 있지만 올해만 이렇게 하고 끝낼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5년 단위든 10년 단위든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근로자 입장에서는 직무역량이 상실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경제가 회복됐을 때 직무 전선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적게 들고 적응도 더 잘할 수 있게 해준다”며 “직무역량을 잃지 않도록 유지해주고 경제가 회복되는 단계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일자리에 들어가는 게 효율적인지 연결해 취업이 빨리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직업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 실장은 “한국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심화 과정이 없고 기본과정만 있다. 이는 직업훈련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일자리에 자체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서구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걸 선호하는 데 한국 기업문화는 다양한 직무를 할 수 있는 것을 미덕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업훈련도 어떤 분야를 깊이 배우는 심화 과정은 수요가 없어 개설조차 안 되고 다양한 기본 과정에 수요가 몰리게 된다.
오 실장은 “최근 높은 수준의 직무 능력을 필요로하는 일자리가 늘어 기업이 정규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기업의 채용이 바뀌고 직업에 대한 수요가 바뀌면 전문적인 일자리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어 “정부도 현재까지 낮은 수준에 대한 일자리 지원을 했다면 앞으로는 저소득층을 중급이나 고급에 대한 일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우선적 지원을 유도하는 방향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