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퇴직일시금 대신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강제하는 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대해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관련한 경영계 의견을 20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동 개정안은 △기업 규모별 단계적 퇴직연금제도 도입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B형) 가입 사업장의 최소적립비율 준수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DB형 가입 사업장에 대한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및 적립금운용계획서 작성 의무화 등이 주요 내용이다. 위반 시 각각 과태료 3000만 원, 1000만 원, 500만 원을 매긴다는 내용이 안에 포함됐다.
경총은 개정안에 대해 “개별기업의 다양한 경영 여건과 업종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퇴직연금 도입과 최소적립비율 준수 등을 획일적으로 강제한 것”이라며 “이를 기업이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도 없고, 과잉 입법 소지도 크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 규모별로 정해진 기한 내에 퇴직연금을 도입하지 않으면 퇴직급여 미지급 시의 벌금에 준하는 3000만 원을 과태료로 부과하겠다고 규정한 것이다.
경총은 이를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을 잠재적 퇴직급여 미지급 사업장으로 예단해 행정벌을 가하는 전형적 과잉입법에 해당한다고 봤다.
경제 여건과 업종별 특성에 따라 손익변동 및 유동성 위기를 상시적으로 겪는 기업, 특히 중소・영세기업의 경우에는 퇴직연금 도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도입 이후 정기적으로 부담해야 할 대규모 사외적립금과 운용수수료 부담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가입 사업장의 최소적립비율을 기존 90%에서 내년부터 100%까지 상향하는 것에 대해선 “기업의 경영위기 대응을 어렵게 하는 과잉입법 소지가 내포돼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근로자 퇴사와 같이 실질적인 퇴직급여 지급 사유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단지 적립률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경제위기 시에는 퇴직급여 적립비율 준수와 운용손실 해소의 이중부담을 강제해 기업 유동성에 급격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욱 경총 사회정책본부장은 “규제 일변도의 충격 요법보다는 기업의 경영판단에 기초해 퇴직급여제도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이 일자리와 근로자의 퇴직급여 수급권 보호에 더욱 효과적”이라며 “퇴직연금 적립금에 대한 손비인정률 확대 등 세제지원을 통해 제도전환과 실질적 적립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