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5%'. 이번 주 울산의 아파트값 상승률이다.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최근 부산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재지정되면서 투자 수요가 울산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울산 아파트 매매시장이 들썩이자 울산시가 선제적인 자체 단속에 착수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먼저 규제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감정원이 26일 발표한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울산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 0.58%에서 이번 주 0.65%로 확대됐다. 상승률에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 상승률(0.23%)의 세 배 가까운 수치다.
정부가 지난 19일 부산을 1년 만에 규제지역으로 다시 묶자 울산으로 투자 수요가 유입된 영향이다. 부산 아파트값은 지난주 0.72%에서 이번 주 0.54%로 상승폭이 줄었다.
울산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7.22% 올랐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있는 세종과, 그 영향을 받은 인근의 대전 다음으로 높은 상승률이다. 전셋값은 올해 15.02% 뛰면서 전국에서 세종 다음으로 높다. 지난해 같은 기간 울산 아파트 매맷값은 –3.75%, 전셋값은 –5.49%를 기록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울산 남구 신정동 ‘문수로2차 아이파크2단지’ 전용면적 101.48㎡형은 최근 13억9000만 원에 팔렸다. 동일 평형의 직전 거래인 지난달 12억2000만 원에서 한 달여 만에 1억7000만 원 치솟은 가격이다.
신정동 ‘신정롯데킹덤’ 전용 207㎡형은 지난달 말 15억35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같은 평수의 직전 거래인 8월 말 9억 원에서 두 달여 만에 6억 원 넘게 폭등했다.
인근 U공인 관계자는 “올해 들어 집값이 살아나기 시작했는데 부산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외지인 투자 문의가 더 많아졌다”며 “집주인들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될 거란 기대감에 호가(부르는 가격)를 높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러자 울산시는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시는 집값이 급등하고 있는 남구와 중구의 분양아파트 청약 조건을 울산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제한한다고 이날 밝혔다. 위장 전입하는 외지인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울산시는 중앙정부에 먼저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건의할 계획이다. 시는 구·군별 주택 동향을 분석해 과열지역의 규제 지정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업계에서는 부산의 경우처럼 시장 과열이 심화하기 전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지역의 집값 안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울산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른 지역 집값이 올라갈 동안 침체됐다가 이제야 겨우 회복되는 상황인데 시 차원의 선제 조치가 이제 겨우 살아나는 울산 주택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지자체가 한발 앞서 자체적인 집값 단속에 나선 건 울산뿐만이 아니다. 경기도는 최근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법안들을 청부입법 형태로 잇달아 발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대표발의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외국인이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의 토지를 취득하려면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외국인 투기를 차단해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것으로,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정책을 확대하는 조치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외국인과 법인이 도내 23개 시·군에서 토지를 살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규제한 바 있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24일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은 공공택지개발사업으로 발생한 개발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도록 했다. 사업자가 개발이익의 전부나 일부를 기반시설과 공공시설 설치비용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재투자 조항이 포함됐다.
경기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9.84% 뛰었다. 이번 주에는 0.22% 더 올라가며 수도권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시장을 규제하면 실수요자 보호 측면에선 도움이 되겠지만, 공급을 통해 수요를 충족하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며 “유동성 자금이 풍부한 현 상황에서 투기세력을 제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고, 규제를 통한 또 다른 지역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