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대법원은 전날 공화당 의원들이 제기한 펜실베이니아주 우편투표 무효 신청을 기각하는 약식 명령을 내렸다. 만일 공화당의 주장의 인정됐다면 최대 250만 표가 무효처리 될 수 있었다. 이 경우 우편투표 참여자 중에는 조 바이든 당선인 지지자가 많은 데다 그의 리드 폭은 8만 표에 그쳤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트럼프가 승리를 뒤집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던 대법원의 판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트럼프 측에서 경합주를 중심으로 제기한 수십 건의 뒤집기 소송이 대부분 기각된 데 이어, 대법원까지 등을 돌리면서 트럼프의 역전승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미국 언론들은 대법원의 이번 기각 결정이 대선 전 숱한 논란에도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인준을 강행, 대법원의 보수지형을 강화해 선거 불복 소송을 준비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상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연방제인 미국에서는 대선을 각 주에 맡긴 채 대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이에 따라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펜실베이니아 외 다른 주에 대한 소송이 있더라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대법원의 판단 시점이 개표 결과를 인증하고 재검표와 소송 등 각종 분쟁을 마무리하도록 각 주에 촉구하는 연방법에 보조를 맞춘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연방의회는 분쟁이 이날까지 정리되면 이 결과에 따른 주별 선거인단 배정을 최종적인 것으로 간주토록 한다. 승자는 이후 다른 분쟁이 생기더라도 일종의 보호장치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주 정부는 각 주의 선거인단 간접투표 엿새 전까지 최종적으로 대선 결과와 선거인을 확정, 의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를 ‘세이프 하버 데드라인’이라 한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의 주가 이 기한에 맞춰 결과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46대 대선 주요 절차는 14일 당선인의 최종 확정을 위한 선거인단 투표만 남겨두게 됐다. 간접선거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먼저 주별로 투표를 진행하고, 각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싹쓸이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리고 이렇게 확정된 미국 전역의 총 538명의 선거인단은 최종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다. 각 주의 선거결과를 그대로 반영한다면 바이든 당선인이 획득한 선거인은 306명, 트럼프 대통령은 232명으로, 백악관행 열차에 탑승하는 건 바이든이 된다.
물론 간접투표 당일 자신이 지지해야 할 후보를 찍지 않는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 2016년 대선에서는 간접투표에서 이탈표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그 수는 겨우 7명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