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최악의 확산세로 치닫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0일(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097명(누적 4만9665명)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1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가장 많다. 신규 확진자는 13일(1030명) 처음 1000명을 넘어선 뒤 16일부터 닷새 연속 1000명 이상으로 계속 번지고 있다. 주말인 전날 검사건수가 크게 줄었음에도 확진자는 오히려 더 늘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470명, 경기 244명, 인천 62명 등 수도권이 776명으로 70.7%에 이르렀다. 비수도권에서도 집단감염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하다.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가 많은 요양시설과 병원, 종교시설 및 교정시설 등에서의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와 함께 위중증 환자가 늘면서 치료 병상과 의료진 부족 등 의료시스템도 붕괴 위기다. 방역당국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학병원 등에 중환자 병상 확보 행정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역부족이다. 대형병원 중환자 병상은 암 등 중증 입원 환자로 늘 빠듯해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늘리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 현재 코로나 중증 환자는 278명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은 완전히 바닥났다. 입원 치료를 위해 병상이 나기를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속출하면서 병상 대란이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를 통한 검사가 진행되면서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주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986명으로, 이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기준(전국 800∼1000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조만간 확진자 증가세가 하루 2000명까지 치솟을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방역단계 상향을 계속 미적거린다. 20일에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지만 거리두기 3단계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감염병 유행을 억제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되면 전국 200만 곳 이상의 사업장에 집합금지나 영업 제한이 가해진다. 사실상 봉쇄조치로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 대책이 오판(誤判)을 거듭했다는 지적이 많다. ‘K방역’을 내세웠지만, 3차 유행 이전까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건 국민이 고통을 참는 자발적 시민의식으로 감염병 확산을 막았고, 탄탄한 의료체계가 버텨준 덕분이다. 이제 그 방어막이 무너졌다. 선진국들은 이미 백신 접종에 들어갔는데 우리는 언제 가능할지 아직 모른다. 지금 국민 안전을 위해서든, 경제를 위해서든 코로나 확산세를 확실하게 차단하는 방역보다 급한 건 없다. 다시 때를 놓치면 방역도 실패하고 경제 피해를 더 키우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