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해를 지나며 갈 곳 잃은 사람들

입력 2020-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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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부동산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부동산. 올 한해 우리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린 것들이다. 신종 전염병인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부동산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은 정부의 탓이 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안 그래도 코로나로 더없이 힘든 시기를 겪는 국민들을 향해 쉴 새 없는 부동산 규제를 선사했고, 이 규제들은 유례없는 집값 폭등과 전세대란으로 이어지며 국민 불안을 가중시켰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 8억2722만 원에서 올해 11월 8억9026만 원으로 상승했다. 1년 새 6000만 원 넘게 오르면서 평균값이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4억4765만 원에서 4억7741만 원으로 3000만 원가량 더 붙었다. 통계청이 조사한 전국 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지난해 264만3000원에서 올해 268만1000원으로 3만8000원 올랐다.

터무니 없이 오른 집값과 전셋값 탓에 취재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갈 곳(집)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청년층과 신혼부부들은 현재 자금으로는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기존에 생각했던 수준의 전셋집도 너무 올랐다고 호소한다. 코로나19보다 전셋값이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40~50대들은 열심히 일했지만 일터 가까운 곳에 집을 마련하기 힘든 처량한 신세가 됐다고 한탄한다.

정부도 손을 놓은 것만은 아니다. 3기 신도시와 전세형 공공임대 주택 공급 등을 통해 주거 안정을 꾀하고는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이 효과를 나타날 때까지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당장 주거 불안에 시달리는 국민들을 안정시킬 수 없는 것이다. 실제 내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27만3000여 가구로 올해보다 25% 급감할 것이라고 한다. 30만 가구 공급선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장기화로 카페조차 마음 편히 갈 수 없는 시국에서 집에 머무는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시대에는 집은 삶터·일터·쉼터·놀터를 아우르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때보다 주거 대책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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