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2027년 인류 멸종? 영화 ‘칠드런 오브 맨’과 인구 데드 크로스

입력 2021-01-1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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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칠드런 오브 맨' 포스터 (출처=네이버 영화)

2027년 영국, 유명인사 디에고 리카르도의 사망 소식이 긴급 속보로 전해진다. 그의 나이 향년 18세. 생전에 그가 유명했던 건 그가 지구에서 태어난 마지막 아기였기 때문이다. 2008년 원인 모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류는 더는 아이를 갖지 못했고, 아이 울음소리 대신 들리는 건 폭음과 총성뿐이다. '그래비티', '로마'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6년 작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이다.

▲'칠드런 오브 맨'은 디스토피아의 현실을 공들여 담아낸 롱테이크 씬을 곳곳에 배치해 현실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디스토피아의 현실을 공들여 담아낸 롱테이크 씬을 곳곳에 배치해 현실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출처=네이버 영화)

영화 속 2027년은 말 그대로 디스토피아다. 세계 각지에서 폭동과 테러가 일어나고, 대부분의 나라가 무정부 상태로 혼란에 빠져있다. 뉴욕은 핵폭탄에 잿가루가 되어버렸고, 서울은 물에 잠긴 상황.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영국은 공포 국가로 전락해 겨우 치안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사람들에게 안락사 약을 나눠줄 정도로 나라 곳곳이 엉망이다.

주인공 테오는 한때 사회 운동가였지만,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는 잃고 공무원으로 살아간다. 팬데믹으로 아이를 잃고, 이혼한 그는 그저 하루하루를 대마로 버틴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혼한 전 부인이자 반정부단체 '피시당'(The fish party)의 리더 줄리안이 나타나 함께 난민 소녀 키를 해안 지역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함께한다면 5000파운드의 거금을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렇게 바닷가로 향하던 중, 테오 일행은 정체 모를 괴한의 습격을 당하고 줄리안은 목숨을 잃는다. 줄리안을 잃은 슬픔을 제대로 달래지도 못한 채, 그들은 피시당의 은신처로 숨는다. 그날 밤 테오는 줄리안이 피시당 당원의 음모로 죽게 된 것을 우연히 알게 되고, 난민 소녀 키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며 자기를 지구 멸종을 막고자 연구하는 '휴먼 프로젝트'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쏟아지는 포화 속,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테오는 키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차별 받고 천대받는 난민 소녀 키는 인류 멸종이 예견된 디스토피아에서 홀로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를 갖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차별 받고 천대받는 난민 소녀 키는 인류 멸종이 예견된 디스토피아에서 홀로 희망을 상징하는 아이를 갖게 된다. (출처=네이버 영화)

작품이 세상에 나온 지 15년, 세월이 흐른 만큼 영화에서 그린 2027년은 실제 오늘날과 닮아있다. 영화처럼 세계 각국은 늘어난 난민으로 몸살을 앓았고, 불임 만큼 고약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고 있다. 특히 더는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암울한 현실은,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가는 오늘날 한국 사회와 몹시 닮아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처음으로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를 맞았다. 인구 데드크로스란 출생자 수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이다. 지난해 출생자 수가 27만여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사망자 수는 30만 명을 넘으면서 전체 인구가 2만 명가량 줄었다. 이러한 인구 감소세는 세계 최저 신생아 출산율에 힘입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테오는 여러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을 통해 아이와 엄마 키를 지킨다. (출처=네이버 영화)
▲테오는 여러 사람들의 희생과 도움을 통해 아이와 엄마 키를 지킨다. (출처=네이버 영화)

정부는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는 경제활동이 가능한 15세부터 64세 인구를 뜻하는데, 2018년 기준 363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저출산 예산에만 37조6000억 원을 썼다. 역대 저출산 극복 예산을 모두 합하면 180여조 원에 달하지만, 인구 감소 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한국의 가임기 여성 숫자가 매우 적다.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성비 불균형 때문이다. 1984년 108.3이었던 성비는 1990년에는 116.5까지 치솟는데, 이러한 성비 불균형의 원인은 남아 선호사상에 따른 인위적인 조절로 분석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따른 인식 변화도 저출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취업난과 높아진 부동산 가격 등 우리 사회가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이다.

▲작품 속에서 인류의 멸종을 막고자 모인 과학자들의 '휴먼 프로젝트'는 유일한 희망으로 나온다. (출처=네이버영화)
▲작품 속에서 인류의 멸종을 막고자 모인 과학자들의 '휴먼 프로젝트'는 유일한 희망으로 나온다. (출처=네이버영화)

영화 속 인류는 디에고의 죽음을 추모하는 등 어린아이를 갈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신없이 서로를 향해 총을 난사하다가 아이의 울음소리에 모두 총을 거두기도 한다. 하지만 전투를 멈춘 것도 잠시, 그들은 다시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 폭력과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2027년의 인류가 과연 아이라는 희망을 품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청년 세대를 소리 없는 총성이 가득한 치열한 경쟁에 내모는 한국 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가정 폭력을 방치해 정인이 같은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조두순 같은 아동성범죄범에게 가벼운 형량을 부여하는 등 있는 아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과연 지금의 청년 세대에게 출산을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

인구 감소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인구 감소는 기본 바탕으로 놓고 정책의 근본부터 다시 짜야 한다. 가임기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현금성 푼돈 복지라는 공허한 미끼를 던지는 건 이제 의미 없다. 지금 당장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고쳐야 한다.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소리 없는 총성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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