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와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억제 정책을 피해 '패닉(공황) 대출’이 벌어지고 있다. 빚이라도 끌어모아 주식시장에 뛰어들려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연초 코스피가 사상최초로 3000선을 돌파했다. 가계 부채가 늘면서 가계 경제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이 출구전략을 고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이 32조4000억 원 늘었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뚫고 오르며 주식시장이 연일 상승하고 있는 것도 빚투와 영끌이 있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대출 옥죄기로 잠잠했던 신용대출이 새해들어 다시 늘고 있다. 연초 은행들이 신용대출 빗장을 풀자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4~7일 나흘간 4533억 원 증가했다. 연말까지 중단했던 은행들이 신용대출을 재개한 첫 날인 4일 하루에만 2798억 원 늘었다. 연말 성과급 등으로 대출 수요가 비교적 적은 1월에 신용대출이 이처럼 급증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3000을 뚫고 오르며 주식시장이 연일 달아오르고 있는 것도 대출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에서는 증시에 몰린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신용대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부터 은행권 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11일 은행권과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대출 관리를 재주문했다.
가계경제가 빚에 의존하다 보니 국가 부채비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7%에서 지난해 43.9%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엔 47.3%로 높아진다.
이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01.1%로 사상 처음으로 100%를 돌파했다.
가계대출의 경우 소득 가운데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71.3%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일본(65%)과 유로존(60%)은 물론 미국(81%)을 훌쩍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업계에선 가계 부채가 과도하게 팽창한 만큼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 출구전략을 실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금리 상승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소비를 억제해 장기 저성장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오는 3월,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 연장이 만료되고, 주식 공매도가 부활하면 금융 충격이 올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