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학 전공과 시험을 준비했던 분야를 활용하고자 인사·노무 쪽과 생산·품질관리 쪽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지역에선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었다”며 “고용센터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싶으면 산업단지가 밀집한 안산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그쪽 고용센터의 도움을 받아 취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안 씨는 안산에 자리를 잡고 가정을 꾸렸다.
일자리는 비수도권 20·30대의 주된 수도권 유입 사유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52만2894명의 20대가 수도권에 순유입됐다. 30대는 2017년까지 순유출이 이어졌으나 2018년 6743명 증가로 전환되고, 2019년엔 9595명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20·30대의 가파른 수도권 순유입에 수도권 인구는 지난해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2019년의 경우, 전 연령대에서 8만2741명이 수도권에 순유입됐는데, 이 중 직업과 교육을 사유로 한 순전입은 각각 6만3500명, 2만1184명이었다. 가족, 자연환경 등을 사유로 한 순유출분을 메우고도 넘치는 규모다. 수도권 순유입의 절대다수가 20·30대인 점을 고려하면, 전 연령대의 전입사유는 곧 20·30대의 전입사유로 볼 수 있다.
강원 해안지역에서 나고 자란 박진호(32·남·가명) 씨도 충북에서 대학을 나왔으나, 졸업 후에는 취업 문제로 수도권 대학에 편입했다. 그는 “괜찮은 일자리에 취업하고 싶었는데, 지역엔 일자리가 없고 서울에선 학교 간판과 전공 때문인지 취업이 힘들었다”며 “그나마 편입학한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에 성공해 서울 근교에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인중개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재취업도 이곳에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싸(인사이더)’를 꿈꾸며 상경한 이도 있다. 충북 출신인 김현우(37·남·가명) 씨는 “지역에서 나름대로 명문고를 나왔는데, 당시 ‘인서울’에 가야 인정을 해주는 분위기였다”며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니 자연스럽게 서울에서 취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 전까지 원룸을 전전했고, 워낙 경쟁이 치열해 종종 ‘고향에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문화든, 인프라든 서울에서 누리던 걸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수도권에 순유입된 인구는 연령대별로 다른 특성을 띤다. 20대는 2019년 순유입분(7만5593명)의 62.9%인 4만7556명이 서울에 둥지를 틀었지만, 30대는 서울과 인천에서 순유출되고 경기에만 3만9302명이 순유입됐다.
경기는 대표적인 ‘베드타운(주거도시)’이다.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 시·군별 주요 고용지표’에 따르면, 경기 오산시와 의왕시, 의정부시는 거주지 기준 고용률이 근무지 기준 고용률보다 각각 21.3%포인트(P), 18.5%P, 17.2%P 높았다. 거주지 기준 고용률이 높다는 건 해당지역 인구의 상당수가 타 지역 직장으로 통근한다는 의미다. 주된 근무지는 서울이나 산단이 있는 인근도시다. 주거비용만을 고려했을 때, 서울에 둥지를 트는 20대보단 직장과 거리가 멀어지더라도 도심 외곽지역을 선호하는 30대가 현실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