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한판ㆍ사과 한알 사면 1만원"...치솟는 물가에 차례상 '어쩌나'

입력 2021-02-03 16:06 수정 2021-02-0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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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이 모씨(41)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너무 오른 먹거리 가격에 깜짝 놀랐다. 계란 1판 가격은 7000원 대로 뛰었고 그나마 1인 1판 한정이다. 사과는 1개 3000원이다. 설을 생각하면 더 막막하다. 올해 5인 이상 모임이 금지되면서 남편과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 대신 집에서 간단하게 차례를 지내기로 했다. 이 씨는 "차례상차림 비용도 부담되지만 연휴 기간 가족들 먹거리까지 준비하려면 예년 설보다 지출이 훨씬 더 들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설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밥상 물가가 치솟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집밥 수요는 증가했는데 지난해 긴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올겨울 최강 한파와 잇단 폭설로 농·축산물 가격이 널뛰고 있다.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계란 값도 급등하고 육류 가격도 오르며 차례상 비용 걱정도 커지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47로 전년동월 대비 0.6% 상승했다. 계란 값 급등에 축산물이 11.5% 오르며 2014년 6월(12.6%)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 가격도 11.2% 급등해 사과(45.5%)와 쌀(12.3%), 파(76.9%), 양파(60.3%), 고춧가루(34.4%) 등이 크게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3.0% 상승했다.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상승률은 훨씬 심각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일 기준 특란 계란 1판(30개) 중품의 평균 소매가격은 7384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순 6500원을 찍은 후 계속 오름세다. 1개월 전(5911원)보다 24.9%, 1년 전(5412원)보다는 40.3% 올랐다.

육류 가격도 부담스럽다. 돼지고기 삼겹살(국산 냉장, 중품)은 시중에서 100g 당 2093원에 판매돼 작년보다 30.5% 뛰었고, 한우 등심(1+등급)은 100g 당 평균 1만1903원으로 지난해보다 5.7% 올랐다. AI에 따른 살처분으로 공급이 줄어든 닭고기(도계, 중품) 소매가는 1㎏ 당 5853원으로 1년 전보다 11.9% 상승했다. 평년에 비해서도 12.9% 뛰었다.

주식인 쌀값도 치솟고 있다. 지난해 50일 넘게 계속된 장마와 태풍, 일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쌀 20㎏ 소매가는 2일 기준 6만1059원으로 작년(5만1624원)보다 18.3% 올랐다. 평년(4만6101원)보다 무려 32.4% 뛴 수준이다.

▲계란은 1년 전보다 15.2% 상승하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코너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계란은 1년 전보다 15.2% 상승하며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가격이 올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계란 코너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고르고 있다. (뉴시스)
채소 가격도 급등해 애호박(상품, 1개) 소매가는 2543원으로 1개월 전보다 46.6% 올랐고 양파(상품, 1㎏)와 대파(상품, 1㎏) 가격은 각각 3311원, 5423원으로 작년보다 두배 가량 껑충 뛰었다.

명절 선물과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과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사과(후지, 상품) 소매가는 10개 당 3만3780원으로 개당 3000원이 넘는다. 1년 전보다 70.9% 치솟은 수치다. 배는 상품 기준 10개당 4만8935원으로 1년 전보다 61.4%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긴 장마로 과일과 채소 등의 공급이 예년보다 원활하지 않았고, 명절 선물 수요까지 겹쳐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로 올해 설 차례상을 차리는데 드는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물가협회는 지난달 21일 기준으로 4인 가족 설 차례상 비용을 23만3750원이라고 추산해 지난해 설(2만3160원)보다 11.0% 늘 것으로 봤다.

정부는 이날 설 성수품 가격 안정을 위한 관계기관 회의에서 설 전인 10일까지 긴급할당 관세로 달걀 2000만 개를 수입해 시장에 조속히 유통하기로 했다. 사과·배 공급량도 민간 공급자들이 저장ㆍ보유하고 있는 물량으로 평시보다 최대 2.1배 공급을 확대한다. 달걀은 설 이후에도 2월 말까지 약 2400만 개를 추가 수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달걀 등 성수품 가격 안정을 통한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대형마트와 간담회 등을 통해 주요 유통업계관계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동으로 14일까지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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