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초단기 금융 상품으로 몰린다. 공매도 이슈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 방향을 잃은 뭉칫돈이 증시 주변을 맴돌면서다. 최근 일주일간 MMF(머니마켓펀드)에 7조 원이 넘게 들어왔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이 10억 원 이상인 공모펀드 설정액을 집계한 결과, 연초 이후 이날까지 122개 MMF의 설정액은 총 36조3206억 원 증가했다. 이중 7조1675억 원이 최근 일주일 새 늘어난 규모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올해 들어 449억 원 늘어나는 수준에 그쳤다. 설정액 증감 비율로 살펴보면,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7.5% 빠져나갔지만, MMF 설정액은 35.7% 증가했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올해도 MMF를 찾는 자금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스톱' 등 국내외 주식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과 코로나19 백신 효과 지연 등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지난 29일 코스피는 3000선을 밑돌면서 3%대 급락세를 보였다. 이후 수출 경기 회복 전망에 힘입어 소폭 오르면서 조정을 거치고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MMF는 1월 연초에는 법인 여유자금이나 집행 대기 자금 등이 유입되는 계절적 특성이 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난달은 여느 1월보다 가장 많은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증시 불확실성을 고려한 투자자들이 MMF로 눈길을 돌린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초단기 금융상품이다. MMF는 금리가 연 1%대로 낮지만 언제든 환매할 수 있어 마땅한 투자처가 없을 때 투자자들이 자금을 일시적으로 넣어둔다.
투자대기 자금이라는 특징 덕에 지난해 MMF는 사상 규모를 찍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이래로 코로나19로 인해 투자가 지연되거나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다. 한때 2019년 말 대비 약 55조 원 넘게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 수준인 160조 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편, 증권가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관측한다. 실제 공포지수(VIX)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일 20%를 웃돌고 있다. 1990년 이후 VIX 평균이 19.5% 수준이라는 고려했을 때, 금융시장 긴장도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데도 VIX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불안감의 근원은 불균형"이라면서 "닷컴버블 때도 그랬지만 한번 커진 VIX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대형 성장주와 소형 가치주 사이의 가격 괴리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불균형이 금방 균형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