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애플과 전기차 위탁 생산 협력 논의가 중단되면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협력 검토 소식 이후 주가 상승 기대감에 몰렸던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8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는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두 회사는 "자율주행 전기차 사업 관련 다수의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애플과 전기차 위탁 생산 검토한다고 알려지면서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의 주가는 급등했다. 당시 기아는 하루동안 16.64% 올랐고, 등락을 반복하면서 이달 5일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10만 원을 넘기도 했다.
애플과의 협력 검토 소식에 개인투자자들은 현대차 삼형제의 주식을 총 1조5296억 원어치(8일 오전 기준)를 순매수했다. 협력 당사자로 지목된 기아엔 3주 동안 7648억 원어치가 몰렸고, 부품 공급사인 현대모비스에 4469억 원, 모기업인 현대차에 3179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기 청사진에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주가는 애플과의 협력 기대감에 끝을 모르게 치솟았다. 현대차가 시가총액 순위 6위까지 올라섰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11위와 12위까지 도약했다.
최근 기아차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이 유력하다는 소식까지 연이어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현대기아차그룹과 진행해 오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 위탁 생산과 관련된 협의를 최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전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최근 한국 기아 이외에도 다른 완성차업체들과도 비슷한 계획에 대해 논의해 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도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진행하고 있지 않는다고 공식화 하면서 증시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전일 대비 10.32포인트(0.33%) 내린 3110.31(오전 11시 기준)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4.78포인트(0.49%) 하락한 962.64로 나타났다.
애플과의 협력이 중단됐음에도 여전히 전기차 위탁 생산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다.
애플뿐만 아니라 전기차 생산을 추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진출을 노리는 기업으로 알려진 곳들은 애플·알파벳(구글)·아마존·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측면에서 주목할 점은 애플뿐만 아니라 다수의 업체들로부터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연산 700만대 규모를 다룰 수 있는 글로벌 생산능력과 부품 공급망 및 판매망 관리능력, 전용 전기차 플랫폼(E-GMP) 구축, 자율주행·모빌리티 대응력 향상 등으로 독립 사업자로서뿐만 아니라 제휴 대상으로서의 현대차그룹의 위상과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