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엄근용 부연구위원은 18일 발표한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한 민간 투자사업의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노후 인프라 개선을 위해 민간 투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시설문안전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1~3종 시설물(공공 안전을 위해 안전 관리 의무를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설) 중 준공 후 30년이 지난 시설물 비중은 17.5%(2만7997개)에 이른다. 향후 10년 안에 준공 30년을 맞는 시설물 비중도 26.8%(4만2908개)에 달한다. 노후 인프라 유지ㆍ관리 압력이 갈수록 커진다는 뜻이다. 2014~2019년 노후 인프라 관리에 쓴 비용만 59조 원이 넘는다.
반대로 노후 인프라를 유지ㆍ관리할 국가 재정 여건은 갈수록 나빠진다. 올해 한국의 통합재정수지는 75조4000억 원 적자, 국가채무는 95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획재정부는 2060년까지 국가채무 비율이 낮아도 64.5%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보다 앞서 노후 인프라 유지ㆍ보수에 나선 미국ㆍ영국ㆍ호주 등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인프라 유지ㆍ보수를 위한 민간 활동 채권에 연방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영국도 민자 인프라 사업을 위한 계약 제도를 정비해 민간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한국도 민간이 인프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틀은 갖춰져 있지만 제도적 미비점이 많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 대부분 제도가 신규 사업을 중심으로 설계돼 노후 인프라 투자에 관한 근거는 빈약하다.
엄 연구위원은 “구체적이고 계획적인 노후 인프라에 대한 평가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며 호주와 같이 시설물 우선순위 목록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후 인프라 사업 발굴 및 정부 고시사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노후 인프라에 대한 경제적 평가 제도를 정비하고 ROT(민간이 시설을 정비하는 대신 일정 기간 운영권을 위탁받는 방식), ROO(시설을 정비한 민간 업체에 소유권을 이양하는 방식) 등 사업 유형도 정부 고시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엄 연구원은 노후 인프라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필요성도 언급했다. 과거 국민적 필요성에 의해 투자가 이뤄진 만큼 추가 판단이 불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노후 인프라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토지비를 제외하자고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