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남자가 하면 범죄·여자가 하면 장난?”…‘젠더 갈등’으로 번진 박나래 논란

입력 2021-03-26 16:27 수정 2021-03-3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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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 “남자가 하면 범죄, 여자가 할 때는 장난?”
여성들 “멀쩡한 사람을 여성혐오 희생양으로 삼아”
‘성별 대결’ 대신 다양성 인정하고 포용의 노력해야

(출처=유튜브 ‘헤이나래’ 캡처)
(출처=유튜브 ‘헤이나래’ 캡처)

개그우먼 박나래의 ‘성희롱 논란’이 성별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성희롱’ 물의를 일으킨 웹 예능에서 하차하고 해당 프로그램의 폐지를 결정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박나래의 성 의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가 출연하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와 ‘구해줘 홈즈’ 등에서 하차를 요구하고 있다.

남자가 하면 범죄, 여자가 하면 장난?…“성별 바꾸면 바로 은퇴감”

박나래의 행동을 문제 삼는 네티즌들은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를 지적하고 있다.

남성 이용자가 많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남자가 하면 범죄인데, 여자가 할 때는 장난이냐”면서 박나래가 출연한 다른 영상에도 문제가 될 만한 게 많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같은 행동을 남성 연예인이 했다면 ‘과연 방송이 가능했을까’라고 지적하고 있다.

“남자가 했으면 한국에서 살긴 글렀다”(기무**), “진짜 여자라서 살았다”(밀레***), “퇴출해야 할 듯”(피카*), “여자가 하면 드립, 남자가 하면 성희롱이냐”(아베**), “남자였으면 진작에 각종 뉴스에 24시간 계속 나오고 방송 못 나오게 했다”(요우*) 등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실제 MBC ‘나 혼자 산다’ 공식 홈페이지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는 "박나래 하차해라", "사과하고 자숙해라" 등의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 밖에도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 tvN '신박한 정리'에도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여성 연예인에게만 유독 가혹한 잣대…“여성 혐오 그만”

일부 네티즌을 중심으로 박나래에 대한 ‘공중파 하차’ 요구에 유독 여자 연예인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남자 연예인들의 경우 성범죄 논란에도 방송에 복귀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중파 하차까지 요구하는 건 과한 처사”라면서 박나래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똑같은 잘못을 했을 때 여자 연예인에게만 유독 박한 것 같다”(lee***), “사람들 이줏잣대 정말 어이가 없다. 박나래 씨 하차하기 전에 ○○부터 나가라”(김**), “○○○○도 있는데…하차하는 건 너무 심하다”(소소**), “남자 연예인은 19금 드립을 해도 웃으면서 넘기면서…”(ma***)와 같은 내용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멀쩡한 사람을 여성혐오(여혐)의 희생양으로 삼는다”면서 불공정한 기준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성별에 따라 사회적 평가와 의견이 갈리는 ‘젠더 갈등’의 양상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게티이미지뱅크코리아)

보이루(보겸+하이루) 여혐 논란…“초기 의미에서 쓰임새 변질”

성별에 따른 ‘젠더 갈등’은 2019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보이루’ 단어에 대한 해석 논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보이루’는 유명 유튜버 ‘보겸’이 유행시킨 단어다. 이를 윤지선 세종대 교수가 논문에서 ‘여성혐오’ 단어로 규정하면서, 항의하고, 또 반박하는 과정에서 젠더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윤지선 교수는 ‘관음충의 발생학’이라는 논문에서 “‘보이루’란 용어는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단어)+하이(Hi)’의 합성어로 여성혐오 용어”라고 언급했다. 이에 보겸은 ‘보겸+하이루’의 합성어일 뿐, 여혐 표현이 아니라면서 논문 수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2017년부터 유행한 ‘보이루’라는 단어는 그동안 ‘여혐 단어냐, 아니냐’를 두고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보겸의 팬들은 인터넷 밈(Meme)으로 발전한 단어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단어가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여성혐오적 단어로 “초기 의미가 다르다고 해도 그 쓰임새가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성별 간 대결’ 대신 “피해자·가해자가 누구인가” 관점…성별 넘어선 포용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성희롱을 성별 대결보다는 ‘가해자·피해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성별 문제라기보다는 누가 잘못을 했고 피해를 봤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성폭력 상담 715건 중 42건이 남성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는 성폭력을 경험한 남성 청소년이 7190명, 여성 청소년이 6571명이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라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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