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쇼티지 난리인데…중국은 중고장비 '싹쓸이'

입력 2021-03-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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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된 중고 장비 '거금 웃돈' 주고 사들여
첨단장비 수입 막는 美 제재 우회·수익 극대화 동시에
중국 내 8인치 자체 수요 많아
“최소 2년은 8인치 반도체 쇼티지 지속할 듯” 관측도

▲국가별 8인치 팹 개수 (사진출처=SK증권)
▲국가별 8인치 팹 개수 (사진출처=SK증권)

전 세계적으로 8인치(200㎜) 파운드리의 공급 부족 상황이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8인치 중고 장비 ‘싹쓸이’가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에선 중국 반도체 업체의 공격적인 행보가 반도체 수급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중고장비, 특히 이 중 8인치 장비를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국내 8인치 업체 관계자는 “중국에 건물(팹)만 지어놓고 세트업(장비설치)을 못한 곳이 몇 개 있는데, 이런 쪽에서 시세보다 굉장히 높은 가격을 불러 장비를 사 가고 있다”라며 “업계에선 ‘8인치 중고장비 씨가 말랐다’라는 말도 나오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신 공정 장비와 기술 수입을 금지하는 미국 제재를 피하면서도, 반도체 기술 굴기를 유지하기 위한 중국 업체들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8인치 장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대부분 40nm(나노미터ㆍ1㎚는 10억분의 1m)대 이하 로우앤드(저급형) 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최근 극심한 부족을 겪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가 대표적이고, 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 구동드라이버IC(DDI), 전력관리 칩(PMIC) 등이 있다.

중고 장비 가격도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이 형성된 일본 내 중고 반도체 장비 가격은 지난 1년간 20%가량 상승했고, 포토리소그래피 등 핵심 장비는 3배 수준으로 올랐다. 수년 전까지 전혀 가치가 없던 장비가 상당히 비싼 값에 팔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해진다.

SK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본의 중고 장비 관련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중고 장비 중 90% 이상이 중국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실수요를 위한 매입도 있지만, 폭증한 수요와 장비 수급 불안정성에 대비하기 위한 가수요도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 8인치 장비 '싹쓸이' 현상이 반도체 수급불균형 상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8인치 업체의 경우, 신규 장비를 만드는 회사가 거의 없다시피 해 중고 장비를 위주로 신규 증설이 이뤄지는 편이다.

중국업체가 장비를 비싼 값에 모두 사들이면, 국내외 8인치 업체들은 장비 수급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대표적인 8인치 업체인 DB하이텍 등은 팹 증설에 상당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UMC, 뱅가드(VIS) 등 대만 파운드리는 증설보다 이미 존재하는 8인치 팹을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게다가 중국에서 8인치 팹이 늘어난다 해도, 차량용 반도체를 포함한 8인치 제품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중국 8인치 시장의 경우, 내수 수요를 먼저 채우는 식으로 공장을 가동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팹리스 업체가 많아서 8인치 자체 수요가 꽤 있는 편"이라며 "대량으로 장비가 늘어날 수 없는 상황에서 남는 중고 장비로 돌려막게 해봐야 공급 측면에서 보면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8인치 쇼티지는 올해와 내년, 최소 2년은 지속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술 인수부터 장비 매입까지,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굴기 행보에 따른 위기감은 고조되는 추세다.

일례로 DDI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국내 업체 매그나칩반도체가 최근 중국계 투자자와 1조6000억 원가량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는데, 반도체 업계에선 "기술 유출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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