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억 원을 대출받아 전철역 예정지 인근 땅을 투기한 혐의로 경기 포천시 공무원이 구속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으로 출범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의 첫 구속 사례다.
29일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보도자료를 내고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한 혐의로 포천시청 A 과장을 구속했다”며 “사전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범죄 혐의 소명과 증거 인멸 염려”라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9월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40억 원대의 토지와 건물을 매입, 투기한 혐의(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향후 주민 공청회를 통해 구체적인 역사 위치가 공개될 경우 토지 가격 상승을 통한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역사 예정지 인근(약 50m 거리) 토지와 건물을 매입했다.
A 씨가 부인과 공동명의로 사들인 부동산은 포천시 내 도시철도 7호선 연장 노선인 소흘역(가칭) 예정지 인근의 땅 2600㎡와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이다. 매입 비용은 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마련했다.
경찰은 A 씨가 부동산을 매입하기 1년 전에 도시철도 연장사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내부 정보를 알게 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으며, 수사 착수 20일 만에 A 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A 씨가 거액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불법이 없었는지와 해당 부동산을 공시지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매입한 점으로 미뤄 이중계약서를 통한 탈세도 의심하고 있다. 현재 이 토지와 건물은 모두 법원에 의해 몰수보전 결정이 나, A 씨 부부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상태다.
A 씨는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으나, 구체적인 지하철역 예정 부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별수사대는 A 씨 사건을 포함해 총 12건 21명에 대해 수사와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무상 비밀이용 부동산 취득 혐의 10건, 투기 목적 농지 매입 혐의 2건 등이다.
특별수사대 관계자는 “검찰·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내부 비밀을 이용한 부동산 매입, 차명 거래, 투기목적 농지 매입 등 다양한 형태의 투기사범에 대해 신분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재산은 몰수보전하고, 탈세까지 파헤쳐 철저히 추징·환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