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시작으로 713일간 이어온 배터리 소송에 마침표를 찍었다.
발단은 '이직'이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LG화학(현재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 여럿이 SK이노베이션으로 옮겨간 것이다.
LG화학에서는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핵심 기술을 빼가기 위해 핵심 인력을 빼갔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공정한 경력직 채용이라며 반발했다.
LG화학은 2019년 4월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 등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수주를 따낸 것도 결정적인 계기였다.
다음 달 LG화학이 경찰에 '산업기술 유출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하면서 소송전은 국내로 비화했다.
6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맞불을 놨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및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3개월 뒤 SK이노베이션은 ITC에 LG화학에 대해 '특허침해' 분쟁을 제기했고, 같은 달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분쟁을 제기했다.
그 사이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만나기도 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SK이노베이션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이 과거 합의를 파기했다"며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이 ITC에 건 특허침해 소송 내용이 과거 합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배터리 소송의 판세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ITC의 행정판사(ALJ)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심결을 내린 것이다.
당시 판사는 SK이노베이션이 사건 시작 이후 고의로 문서를 삭제하는 등 고의적 증거 인멸이 있다는 내용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렸다.
4월 SK이노베이션이 이 결정에 이의제기를 했고, 공은 ITC의 최종 결정으로 넘어갔다.
이에 더해 8월 서울중앙지법이 SK이노베이션의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리며 LG에너지솔루션은 좀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ITC는 10월로 예정된 최종 판결일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세 차례 미뤘다.
올해 2월 10일 ITC는 예비심결을 인용하는 최종판결을 내리며 재차 LG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베이션에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이라는 조치도 내렸다.
이 판결 이후 업계의 시선은 백악관에 쏠렸다. 미국 행정부가 ITC의 판결에 대해 60일 안에 '거부권(비토)'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두 달간 SK이노베이션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수입금지 조치가 확정되면 미국 사업을 아예 철수할 수 있다고까지 엄포를 놓았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내 대규모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맞대응했다.
양사는 미국 행정부 고위 관료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며 로비전도 이어갔다. 미국 산업계와 정치계에서도 연이어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들를 냈다.
2년 넘게 치열한 공방전을 펼쳐온 양사는 거부권 행사 시한인 4월 11일(현지시각)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