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의 불안만 더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급현실을 도외시한, 너무 앞서가는 과욕으로 경제와 산업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정부가 탈(脫)원전을 계속 고집하면서 ‘탄소중립’을 내세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는 방향부터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세계 기후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우리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더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해외에 건설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도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이슈인 ‘탄소중립’은 우리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안이자 적극 대응해야 할 과제다. 미국이 자국 산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절반 이상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른 나라들에도 동참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은 NDC를 2017년 대비 2030년까지 24.4% 감축한다는 목표를 작년 제시한 바 있다. ‘2050 탄소중립’을 내세워 이 계획을 더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가능한 목표인지 의문스럽다. 의욕만 지나치고, 국내 산업 현실에 대한 고려가 결여됐다는 비판이 많다.
탄소배출 통계가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허상’을 드러낸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탄소배출량은 2억5966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드라이브를 걸면서 전력원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졌던 시기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원전 가동률을 끌어올렸다. 원전의 전력원 비중이 2018년 23.7%에서 2019년 29.5%로 높아졌고 탄소배출량도 2억188만 톤으로 대폭 감소했다.
원전과 온실가스 배출의 상관관계는 탈원전의 오류를 입증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원전을 없애는 쪽으로만 가고 있다.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했다. 국가 에너지 수급환경 변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의 방향과 거꾸로다. 하지만 탄소중립이 대세로 부각되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은 오히려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현실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대규모의 안정적 수요에 대응하는 전력원으로 원전보다 더 나은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 에너지를 키운다 해도, 경제성이나 환경성, 기저(基底)부하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정성 등에서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도 그것밖에 없다. 의욕만 앞세워 탄소배출량 감축을 밀어붙이다가는 한국 산업의 경쟁력과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하다. 무책임하고 에너지 안보를 흔드는 탈원전 정책부터 바꾸지 않는한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도 결국 헛구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