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대기업은 인상한 가격을 일방적으로 중소기업에 통보하고, 원재료 인상분은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납품대금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와 산업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은 12일 ‘중소기업 제값 받기, 무엇이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를 열고 중소기업 제값 받기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대안을 모색했다.
이날 홍성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선 원재료인 구리와 PVC, VCM 가격은 각각 1년 만에 2배, 2배, 3배 급등했다”며 “올해부터 중소기업에도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건비도 늘었으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안전비용도 증가하는 등 다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해주더라도 차일피일 미루거나 일부만 반영해줘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원가변동 요인을 반영해 줄 수 있는 공정한 거래문화가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줄 방법을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민웅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론에 앞서 ‘전속거래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 발표를 통해 수요 독점적인 대·중소기업 생태계를 지적했다. 자동차 부품산업 전속거래를 살펴보면 수탁기업이 위탁기업 위주로 책정한 납품단가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 것이다.
지 연구위원은 “전속거래가 일정 수준 이상일수록 주거래 기업의 자동차 부품기업에 대한 지원 수준은 높아진다”며 “자동차 산업에서는 협상력이 낮은 전속거래 기업과 거래 비중이 낮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에 맞닥뜨린다”고 짚었다.
따라서 “하도급 혹은 전속거래 폐해의 완화 혹은 해소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수요 독점적인 시장 구조의 변화 및 수탁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한 협상력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 과제로 △수탁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통한 협상력 제고를 위한 전방위적 제도개선 △불공정거래 신고 유인의 실효성 제고 △종속성 수준이 고려된 정책 및 제재방안 모색 △전방위적 하도급거래 관련 실태조사 시행과 데이터공개를 통한 분석의 질 제고 등을 제시했다.
김은하 중소기업중앙회 연구소 연구위원은 ‘공정계약문화 정착을 위한 공공조달 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조달 등록기업 중 97%가 중소기업인 조달시장은 중소기업의 주요한 판로인 만큼, 중소기업의 납품대금 제값 받기가 시급하다”며 “기업 제출 거래 증빙자료의 거래 실례가 인정 등 예정가격 결정 제도 개선과 물품 단품 조정 제도 도입 등 물품계약의 물가변동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경환 단국대학교 산학부총장의 진행으로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 △홍성규 한국전선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신영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남주 법무법인 도담 변호사(민변) △박종찬 중소벤처기업부 상생협력정책관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 △김병건 조달연구원 혁신조달연구센터장이 참석하여 중소기업 제값 받기에 대한 다양한 정책대안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해 김남주 변호사는 “중소기업 제값 받기는 중소기업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조달분야의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납품대금 물가지수 연동제)의 실효성을 높이고, 이를 민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조달 참여기업 협력사가 원가 인상으로 납품대금 조정을 해야 할 경우에도 계약금액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