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조정장세에 돌입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후폭풍이 불고 있다. 매일 300억 원을 훌쩍 넘는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개인투자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급등장을 겪으며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투자자들이 늘어나 생긴 부작용으로 해석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360억 원으로, 지난 1월 14일(387억 원)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대매매 금액은 지난 13일부터 하루 300억 원대로 직전 거래일(157억 원) 대비 두 배로 뛰어오른 후 연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1.9%에 이르며 전일(6.1%) 대비 5.8%포인트 늘어났다. 14일에도 360억 원 규모의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반대매매는 개인투자자가 미수거래 사용 후 증권사에 돈을 갚지 못할 때 발생한다.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에게 주식을 담보로 단기융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후 주가가 하락해 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게 된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별로 다르지만 대개 보유 주식 평가금액이 신용공여 잔고의 140% 이하로 떨어지면 담보부족분만큼 주식을 강제로 매도한다.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23조 원대로 연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23조5453억 원을 기록해 집계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후 17일 23조2616억 원대로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9670억 원, 코스닥시장 10조2945억 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국내 증시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면서 빚투 손실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자산매입 축소 신호가 나타나자 위험자산 선호 약화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이날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66%까지 높아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공개된 미국 연준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이 경제가 급속하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며, 정책 변화를 시사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테이퍼링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긴축 신호가 나타난다면 주가수익비율(PER)하락으로 주가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며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신용거래를 이용한 투자자는 담보유지비율을 수시로 확인해 증권사의 보유주식 임의처분으로 인한 투자 손실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