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부실 건설사 솎아내기가 임박한 가운데 건설사들의 애간장이 타들어가고 있다.
새해들어 정부와 공기업, 지자체 등의 잇단 SOC예산 출연에 따라 건설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펼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권의 '사망선고'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은행들에 92개 건설사와 19개 중소 조선사를 우선 평가해 오는 16일까지, 늦어도 설 연휴 전인 23일까지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하도록 통보했다.
최근 증권업계 보고서에서 따르면 건설사들의 재무항목 만을 평가했을 때 100대 건설사 중 36%가 C나 D등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부실징후기업 등급인 C등급을 받게 되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야 하고 부실기업 등급인 D등급 업체는 퇴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금융권이 100대 건설사 중 36%를 워크아웃, 또는 퇴출대상이라고 지명하자 애가 타는 건 최근 신용평가 기관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까지 떨어진 업체들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업체들은 대형, 중견업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들이 대상이 36%에 포함되는 것은 그다지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부채율이 300%를 넘는 건설사들도 10곳 이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해당 업체들은 좌불안석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서서히 건설사들의 위기가 풀리고 있다는 경기관련 지표가 나와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 1월 건설경기전망지수는 41.5(기준 100)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경기실사지수 37.3보다 4.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특히 중견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조금이나마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국은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따라 자금시장도 서서히 풀리고 있어 부동산시장도 해빙 분위기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 봄까지 500억달러를 국내 자금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시중 여유자금도 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부동산 열기가 극심했던 지난 2000년대 초반의 400조원에 비하면 반토막이지만 이 쯤이면 건설시장이 다시 '햇빛'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계의 안타까움은 더해만 가고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조금만 시간 여유를 두고 지켜보면 회생방안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퇴출과 관련)조속한 판정은 졸속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금융권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금융권의 생각은 건설사들에게 우호적이지 만은 않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건설사들을 모두 품에 안고 가기엔 금융권의 손실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의 건설시장은 국가 주도의 SOC예산에 따른 것으로 주택 등 실물 건설시장이 호전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도 금융권으로 하여금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하는 이유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 주도의 SOC시장은 상당부분 인위적인 부분이 있어 건설시장 전체를 견인하리라 예상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업체들은 대부분 주택전문건설업체들이 많아 SOC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금융권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