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들, 李 '11년 짬밥' 인정…"중진 협조 구하는 처세 할 줄 알아"
대선 승리 '키' 된 이준석…"젊은층 지지 위해 李 요구 맞춰줘야"
새 비전 제시 기대…"캐머런, '빅 소사이어티' 비전으로 정권교체"
국민의힘 수장에 헌정사 최초로 30대 중반 젊은이가 선출됐다. 이준석 대표다. 젊은 당수는 국민의 개혁 요구에 호응해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젊은 혈기만으로 거대 야당을 통솔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당내에선 대체로 큰 걱정은 없다는 반응이다. 우선 이 대표가 선출직 경험만 없지 10년 넘게 정당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점을 주목한다.
한 전직 4선 중진 의원은 “우리 당이 나름 시스템화돼 있어 당 대표가 함부로 나대거나 재벌 총수처럼 독주할 수가 없고, 대선후보가 결정되면 당 대표는 뒤로 물러나게 된다”며 “정당 생활만 10년이 넘는 이 대표도 이를 알고 있고 어떡해야 자신이 살아남을지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큰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전직 3선 중진 의원도 “이 대표는 본인의 능력이 이제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에서 자세를 낮추고 중진들을 예우하며 협조를 구하는 처세 정도는 할 줄 안다고 본다”며 “이 대표를 돕겠다는 원로와 중진들이 확실히 있는 상태라 이들과 잘 협조해 돕는 이들을 늘려 가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 대표는 보수정당들의 실패 속에서 험지를 고집해 선출직과 연이 없었을 뿐, 꾸준한 정당 생활과 방송 활동으로 정치 경험과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았다. ‘0선 중진’이라는 별명이 붙는 이유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분탕질을 누구도 쉽사리 할 수 없을 거라는 관측도 이 대표 당 운영을 낙관하는 배경이다. 이 대표는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으로서 2030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당권까지 쥐게 된 돌풍의 기반이 됐다. 대선 승리의 핵심이 될 2030 지지의 ‘키’인 이 대표를 살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전 4선 의원은 “대선을 앞둔 상황이라 중진들이 이 대표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실무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들이 강하다”고 얘기했다. 전 3선 의원도 “젊은 세대의 관심이 쏠려 당 지지가 높아지면서 대선에 긍정적 작용이 큰 게 확실하기에, 설사 불만이 있더라도 당이 이 대표의 요구에 맞춰주며 변화 이미지를 살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현직 의원들 또한 유사한 인식이다. 한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가 중진 당권 주자들과 의견 차이가 있던 건 맞지만, 대선 승리라는 최종 목표를 향한 당의 전반적 염원이 크기에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본다”며 “영남 분들도, 고령인 분들도 당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 민심과 당심이 확실한데 이를 거스르는 잡음이 일어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학계에서는 이 대표가 어떤 비전을 내놓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에 30~40대가 당수가 돼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젊은 나이로 관심을 끄는 데 그치지 않고 기득권과 다른 시각으로 비전을 제시해 지지세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는 조기에 정계에 입문해 정치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와 정치개혁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본다. 이를 국민의힘의 비전으로 엮어내는 작업을 잘 해내야 한다”며 “39세 나이로 영국 보수당 당수 자리에 오른 데이비드 캐머런도 젊음만으로 성공한 게 아니라 ‘빅 소사이어티’와 같은 보수의 새 비전을 내세우며 국민의 마음을 샀다”고 조언했다.
캐머런은 2005년 보수당 역사상 첫 30대 당수 자리에 오른 뒤 2010년 정권교체에 성공해 최연소 총리로 취임했다. 빅 소사이어티는 큰 정부가 아닌 민간·지역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보완하자는 것으로, 보수진영의 작은 정부 주장과 진보진영의 사회안전망 확충을 아우르며 지지세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