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마침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는 ‘상속권 상실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15일 밝혔다. 개정안은 오는 18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번 민법 개정은 가수 고(故) 구하라 씨가 사망한 뒤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의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고 한다”며 이른바 구하라법 제정을 청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구 씨는 민법상 상속 결격 사유에 ‘직계존속이나 직계비속에 대한 보호, 부양 의무를 현저히 게을리한 자’를 추가해 달라며 구하라법 입법을 국회에 청원했지만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행법상 상속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직계존속(부모), 형제자매 순으로 이뤄진다. 자녀가 없이 사망한 경우 고인의 부모가 1순위 상속인이 된다. 민법은 고의로 피상속인이나 그 배우자, 직계존속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또는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등에 대해서만 상속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녀에 대한 부양 의무를 내팽개친 부모가 재산 분할을 요구하거나 보험금을 받아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9년에는 소방관 딸이 순직하자 30여 년 만에 나타나 유족 급여를 받아간 생모의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논란이 이어지자 법무부는 지난 1월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신설된 상속권 상실 제도다. 이 제도는 재산을 상속받을 사람이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에 대한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하거나 범죄 행위를 한 경우, 학대나 심각히 부당한 대우 등 을 한 경우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때 상속권을 잃으면 배우자나 직계비속이 대신 재산을 물려받는 ‘대습 상속’ 규정도 적용받지 못한다. 대습 상속을 인정하면 사실상 상속권이 박탈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개정안은 ‘용서 제도’를 신설해 부모에게 상속권 상실 사유가 있다 해도 자녀가 용서하면 상속권을 계속 인정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 심의를 통과해 공포ㆍ시행되면 가정 내 학대 등 부당한 대우를 방지하고, 시대 변화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의 의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