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의 분리ㆍ독립 방안을 찾고 있다. 사실상 정부 입김을 피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보다 실효성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동반위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단 이유에서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동반위를 법인으로 설립하는 내용의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대표 발의자는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동반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을 발굴해 논의하는 민간 위원회다. 주 역할은 대ㆍ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것으로, 대기업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해 공표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해 공표한다. 또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하기에 앞서 추천하는 일도 맡는다.
민간 위원회인 만큼 동반성장위 위원도 정부위원 없이 민간인으로만 구성했다. 현재 본 위원회의 경우 위원장을 비롯해 대기업 8명, 중견기업 2명, 중소기업 10명, 공익대표 9명 등 30명의 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민간 부문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합의를 하기 위해 마련한 기구지만 정작 동반위가 정부 재단 산하인 점이 걸린다.
동반위는 상생협력법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유관 단체인 대ㆍ중소기업ㆍ농어업협력재단에 속해 있다. 동반위 자체는 민간 합의 기구지만, 이를 운영하는 사무국이 재단 밑에 본부로 설치된 일종의 ‘반관반민’ 형태다.
독립성이나 자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이유다.
적합업종 지정이나 상생협약 등 동반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기부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고, 동반위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동반위가 지정 여부를 추천하는 생계형 적합업종 대신 구속력이 낮은 상생협약으로 선회하는 때도 빈번하다. 동반위 ‘역할론’이 대두하는 것이다.
최근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한 논의에서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중고차 매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한이 만료된 이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상으로 옮겨갔다. 이에 동반성장위는 ‘부적합’ 판정을 내린 상태지만, 중기부는 이를 반영해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대신 상생협약으로 선회하는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따라서 2019년 2월부터 시작한 중고차 매매업 관련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지위가 모호한 만큼 제 역할도 어렵다.
이동주 의원실 관계자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동반위 역할이 실효성이 낮은 부분이 있다”며 “동반위 자체의 위상도 점차 낮아지면서 대ㆍ중소기업, 소상공인 간 상생 협력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동반위 재원 대부분이 기업체에서 나오고 재단에선 간헐적으로 일부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도 중기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나 예산 관련해 문제가 있고,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업들도 일부 불만을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의원은 상생협력법 개정안을 통해 동반위를 법인으로 독립시키고 중기부로부터 바로 지원받되, 자율적이고 중립적인 운영이 가능토록 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 의원은 발의문을 통해 “동반위를 민간 경제 주체들의 자율적인 합의를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 업무의 중립적인 수행을 도모하고자 한다”며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산업간 분쟁과 갈등의 해소 지원, 정부에의 정책 자문 등 동반위가 동반성장을 추진하고 민간부문의 합의를 유도하는 데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상생 협력을 위한 정부 산하의 독립 위원회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이런 논의와 관련해 중기부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한 만큼 내부 검토 중”이라며 “동반위는 산하기관 개념이 아니므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