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의 글로벌 인사이트] ‘공정성’의 시장경제적 해법

입력 2021-06-28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BNE컨설팅 고문, 동국대 명예교수

요즘 ‘공정’이 대선주자들 공통의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경제민주화’와 ‘공정한 사회 건설’을 모토로 집권하였던 이번 정부가 해법 찾기에 실패했다는 것을 반증해 주는 현상으로도 해석된다. 23차례에 걸친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하였고, 이른바 임대차3법은 전세난을 가중케 하여 청년들의 희망을 끊어버렸다. 저소득자를 위한다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폐업으로 몰아가 아예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정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에 무지한 정부가 해법을 잘못된 데서 찾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정성 회복을 위한다는 정책이 역풍을 맞아 불공정과 비난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공정은 그것이 절차적인 공정이든 결과의 공정이든 정의의 경제적 차원인 측면이 강하다. 세대 간 부(富)의 격차, 계층 간 격차,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격차 등 모든 격차의 배후에 공정하지 못한 분배가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은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른바 공정성 인식에 있어서의 자기중심적인(self-centered) 해석 경향이다. 공정성 인식은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다. 즉, “임금은 올라야 맛이다”라는 사회적 규칙(social rule)과 “남들과 비교하여 나만이 불공평한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다.

공정성은 이렇듯 각각의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주관성이 강한 특징이 있다. 시장경제하에서 이러한 성격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과세(tax) 제도의 효과적인 운용과 함께 시장경제의 작동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에 있다. 그래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으며 최소한의 부작용만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경제주체들의 기대에 따라 움직인다. 경제주체는 수요와 공급이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수요의 성격 변화를 무시한 공급 위주의 정책이나 공급 증가를 통한 가격 안정 대신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 정책을 투기수요를 차단할 목적으로 시행하다 보면 규제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작동할 것이고, 이는 규제 준수를 강제하기 위한 가외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것은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사람은 다 안다.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은 신규 주택의 공급과 기존 주택의 거래 활성화 두 가지가 있다. 주택 거래 활성화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면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거래세를 낮추면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3기 신도시 개발이란 신규 주택 공급 신호와 함께 거래세를 낮추어 거래비용을 줄였더라면 이런 사태의 발생을 피할 수 있었다. 무지와 고집은 결국 엉뚱한 통계치의 인용이라는 자기합리화로 이끌었고 정책은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잃게 되었다. 젊은이들이 집권여당으로부터 눈을 돌린 건 그들의 변덕 때문도 우연에 의한 것도 아니다.

시장에 대한 이해는 결국 경제주체들의 기대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어떤 성격의 수요 변화인지, 공급에 대한 기대 형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된다. 이제부터라도 그간의 실패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시장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정책을 입안·시행하는 것이 늦었지만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이 성공한 예는 역사상 없다.

공정성 회복의 성공 여부는 시장기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이러한 이해에 근거하여 정부가 통제 가능한 수단인 세제를 활용하여 어떻게 시장참여자의 기대를 유도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차기 정부의 공정성 회복을 위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념을 초월하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전문가의 등용과 함께 정부가 통제가능한 정책수단이 무엇인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학습(learning)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경제를 무시한 정책은 국민들을 정책실험의 대상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의정갈등 물꼬 트나…임현택 의협 회장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
  • 단독 “투자금 못 낸다”...한강리버버스 사업서 발뺀 ‘이크루즈’
  • 백화점 달구는 애니메이션 팝업…아케인vs드래곤볼 한판 대결
  • 포항제철소서 큰 불, 3시간 만에 진화… 1명 부상 [종합]
  • '이강인 2골 1도움' PSG, 앙제에 4-2 승리…홈 팬들 물통 투척 '눈살'
  • 공모주 시장, 날씨보다 춥네…상장 첫날부터 주가 ‘곤두박질’
  • 네카오 실적 갈렸다...카카오 ‘먹구름’ vs 네이버 ‘창사 이래 최대’
  • 중간 성적 17%, 보수 심장에선 경고음...임기후반 ‘이것’에 달렸다[尹 임기반환 ①]
  • 오늘의 상승종목

  • 11.08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10,740,000
    • +4.03%
    • 이더리움
    • 4,439,000
    • +4.59%
    • 비트코인 캐시
    • 616,500
    • +16.1%
    • 리플
    • 835
    • +8.87%
    • 솔라나
    • 292,900
    • +5.66%
    • 에이다
    • 840
    • +36.81%
    • 이오스
    • 814
    • +23.52%
    • 트론
    • 228
    • +1.79%
    • 스텔라루멘
    • 154
    • +9.22%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300
    • +15.64%
    • 체인링크
    • 20,270
    • +7.14%
    • 샌드박스
    • 409
    • +11.1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