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도로에 하늘색 자동차 번호판이 부쩍 늘었다. 전기차나 수소차 등 친환경 자동차임을 나타내는 번호판이다. 올해는 신규 모델 출시에 힘입어 하늘색 번호판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확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국내 친환경차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82만 대로, 전체에서 3.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46만 대(2%), 2019년 60만 대(2.5%)에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중 전기차는 지난해 말 기준 13만4962대로, 2017년 2만5108대, 2018년 5만5756대, 2019년 8만918대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올해에도 상반기부터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기아자동차의 ‘EV6’ 등이 출시되면서 전기차 시장이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다만 아직은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점유율이 높다. 시장조사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전기차는 8032대였다. 이 중 41.2%(3308대)가 테슬라 차량이다. 현대차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1446대로 점유율 18%를, 기아차는 1238대(15.4%)를 기록했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관련 인프라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 충전소 확대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전기차 충전기 수는 6만4188기로 1기당 전기차 약 2.1대를 충전해야 한다. 게다가 전기차 충전기의 절반가량은 공동주택 등에 마련된 폐쇄형으로 외부인이 이용하기 어렵다.
수소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소차를 보유하고 있으나 인프라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전 세계 수소차의 33%를 운행, 보급률은 세계 1위이지만 충전기 1대당 차량 대수는 180대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충전 인프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 충전소는 폭발 우려에 따른 부지 선정 반대, 1기당 30억 원이 넘는 구축 비용 부담 등으로 확충이 쉽지 않은 탓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의 가격, 완성도 등 단점이 급격히 사라지면서 보급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지고 있다”면서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충전 인프라는 빨리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아파트처럼 집단 거주지 특성이 강한 점을 고려한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의 급변에 국내 산업계가 능동적으로 대처해 주도권을 잡느냐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 경제에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김 교수는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이 우리나라만이 아닌 세계적 흐름인 만큼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먹거리와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 모빌리티 선점과 수익모델 창출,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정부의 마중물 역할, 민간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