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8월 첫 주 역대 최고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정부가 계속 고점론(高點論)과 함께 집값 하락을 경고하고,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지만 시장은 거꾸로 반응하고 있다. 신고가 거래가 속출하고, 주택 매수심리도 강해져 집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8월 첫 주(2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이 0.37% 뛰었다. 통계를 작성한 201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도 0.20%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래 19개월 만에 최고치다. 중저가 지역과 정비사업 기대감이 큰 재건축단지의 상승세가 뚜렷했다.
서울은 강남북 할 것 없이 많이 올랐다. 노원구(0.37%) 상승률이 가장 높고, 도봉(0.26%), 중랑(0.21%), 송파(0.22%), 서초(0.20%), 강남(0.18%) 등도 계속 강세다. 인천은 0.37%, 경기는 0.47% 급등했다.
주택 매수심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8월 첫째 주 107.9로 전주(107.6)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은 매수우위 시장인데, 4월 둘째 주 이후 17주 연속 100 이상이다.
매물의 급격한 감소,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공급으로 수급불안이 갈수록 심화하는 탓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물을 이끌어내기 위해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키우고 있다. 주택보유자는 버티기와 증여에 나서면서 매물이 씨가 마르는 양상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 또한 크게 줄고 있다.
전셋값도 치솟아 매매수요를 부추긴다. 8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7%로 작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 올랐다. 새 임대차법의 부작용과, 재건축 이주수요, 방학 이사철 학군수요 등이 겹친 영향이다. 전셋값이 계속 올라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물이 없으니 집값은 계속 오른다.
주택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도 힘들다. 정부가 작년 ‘8·4 대책’을 내놓고 ‘공급폭탄’을 장담한 지 1년이 지났지만, 핵심 공급방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전되는 게 없다. 서울 태릉골프장과 서부면허시험장, 용산정비창 등과 경기 과천의 정부청사 일대 부지를 개발해 3만3000가구, 서울 도심 공공재건축으로 5만 가구 등을 새로 공급키로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주민과 지방자치단체 반발로 과천청사 부지 개발이 백지화됐고, 태릉골프장과 면허시험장, 용산정비창 등도 계속 난항이다. 공공재건축 사업까지 주요 재건축단지들이 외면한다.
이 정부의 임기도 몇 달 남지 않았는데 부동산시장은 정말 답이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이다. 그동안의 25차례 대책은 한결같이 실패로 돌아갔다. 시장과 역행한 엉터리 정책 탓이다. 집 없는 서민들의 고통만 심해지고 있다. 문제가 풀릴 희망도 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