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한화그룹과의 대우조선해양 매각협상을 종결키로 했으며 이행보증금 3000억원을 몰취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화측은 아직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산은과 한화간 이행보증금을 놓고 법정공방을 벌이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산은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와의 대우조선 매각 협상을 종결키로 결론을 내렸다. 또 대우조선 매각이 한화측의 귀책사유로 종결됨에 따라 이행보증금을 몰취하기로 결정했다.
산은과 한화는 지난해 11월 14일 대우조선 매각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한화는 매매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으로 입찰 금액의 5%인 30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한화측에서 자금 조달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잔금 분납 등의 인수조선 변경을 요구해 왔다. 이후 한화는 꾸준히 지분 분할 매입을 요청했지만 산은은 MOU상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었다.
결국 2개월 남짓한 협상 끝에 대우조선 매각 협상은 무산됐다.
산은과 한화는 서로에게 귀책사유가 있다며 이행보증금 3000억원 반환을 놓고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화는 이행보증금을 반환받기 위해 최근 대형 로펌을 통해 법적 자문을 구했으며 소송 제기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는 승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대우조선에 대한 확인실사를 못한 것이 본계약 체결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여기에 산은이 실사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던 만큼 산은이 실사 무산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또 최근 세계금융위기로 인해 대우조선의 잠재 부실 규모가 커졌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전혀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융경색으로 인해 재무적투자를 약속했던 금융회사들이 이를 취소하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산은이 원칙만을 강조해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산은 측은 MOU 체결 시점 이후 시장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도 한화가 전혀 다른 입장을 보였다며 협상 과정내내 '인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가 법정으로 가게되면 소송은 한화가 납부한 이행보증금 3000억원의 성격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손해배상액처럼 계약 미이행시 당사자간 책임 비중을 따져 돈을 나눌 수 있는지, 아니면 벌금처럼 계약미이행시 반드시 전액을 내야 하는지, 이행보증금의 성격을 법원에서 어떻게 규정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