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통계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시나리오가 간과하고 있는 시나리오는 극단적 기후변화로 인한 시나리오다. 극단적사건을 X-이벤트(Event)라 한다. X-이벤트의 X는 극단을 의미하는 eXtreme의 X와 미지수 x에서 가져왔다. 극단적 사건이란 과거의 통계적 예측에서 벗어난 사건을 뜻한다. 2011년 후쿠시마 지진이 해당된다. 후쿠시마 발전소는 리히터 규모 7.9를 감당할 내진설계가 되어 있었으나, 당시 지진 규모는 9.0이었다. 코로나19도 극단적 사건이다. 2019년 가을까지만 해도 코로나가 이렇게까지 전염력과 치사율이 높을지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다. 기후변화도 극단적 사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기후변화의 가속화는 기후온난화를 통제불능의 악순환에 빠뜨릴 수 있다. 지구온난화는 빙하를 녹여서 지구의 태양 에너지 흡수율을 높인다. 백색의 빙하는 태양 빛을 우주로 다시 반사하는데, 빙하 면적이 줄어들면 태양 에너지가 지구에 더 많이 흡수되고, 흡수된 에너지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는 영구 동토 지역을 녹이게 되며, 이곳에 매장되어 있던 메탄가스가 대기권에 노출되게 한다.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수십 배 높다. 기후온난화는 빙하를 녹이고 메탄가스의 대기권 노출을 가속화하고, 이들은 다시 기후온난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후변화를 인류가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인류는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극단적 사건에는 불확실성이 있다. 미래 연구는 기후변화의 불확실성을 ‘검은 해파리’로 상징한다. 검은 해파리는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이미 극단적 사건의 경로를 밟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대한 논의는 공상과학적 인류 멸망의 아포칼립소에 대한 주장이 아니다. 이는 보다 현실적인, 급격하고 폭력적이며 근본적인 탈탄소 경제의 도래 가능성에 대한 주장이다. 석탄 사용이 국제적으로 금지되고, 석유 사용 통제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다국적군이 막을 수 있다. 다소 덜 비관적 시나리오로 탄소세가 광범위하고 급격하게 증가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는 우리나라로서는 극단적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탈탄소 경제의 급격한 진행에 누구보다 빠르게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극단적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그린뉴딜 추진계획 간의 갭 분석을 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린 정보기술(IT)을 강화하고, 제조업에서 순환경제 경쟁력을 높이고, 녹색 디지털 전환(Green Digital Transformation)을 추진해야 한다. IT 부분의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저전력 반도체 설계와 제조에 집중적 투자를 하고 클라우드 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과 대안을 개발해야 한다. 제조업은 디지털 기술 등을 이용하여 글로벌 순환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에너지의 전체 라이프 사이클에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디지털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해야 한다.
탈탄소와 탈원전은 미묘한 관계에 있는데, 과학의 문제로 탈원전에 접근해야 한다. 탈탄소가 곧 탈원전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소형 모듈러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등 새로운 원자력 기술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나, 안전성과 비용 효율성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분산도시를 추진해야 한다. 분산도시는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실상 탄소배출이 제로가 되는 넷제로(Net Zero)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분산도시는 고도가 높은 지역에 위치해야 하며, 저밀도 도시여야 한다. 분산도시를 위한 원격근무, 원격의료 체계가 갖추어져야 하며, 이를 장려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극단적 기후변화와 대응한 식량 안보, 에너지 안보, 경제 안보, 군사 안보의 복합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에 따른 대응전략을 거대전략(Grand Strategy) 차원에서 마련하고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는 한국 사회에 새로운 전기가 되었다. 극단적 기후변화가 점쳐지는 지금, 위험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위험에서 새로운 기회의 씨앗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인식과 세계관을 전환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을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