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방위로 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민심이 부글부글 들끓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요구에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대폭 제한했다. 이 같은 대출 규제 강화에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당장 전셋집을 구하려는 이들은 전세자금대출의 벽마저 막히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11월 말까지 모든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 중단을 선언했다. 이 기간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단체승인 대출(아파트 집단대출)의 신규 신청을 받지 않는다. 기존 대출의 증액이나 재약정도 불가하다. 신용대출은 최대한도가 2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춰졌으며, 대출자의 연봉 이내에서만 빌릴 수 있다.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도 일부 가계 대출 상품의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대출 옥죄기는 은행권뿐만 아니라 보험사까지 이어졌다. 보험사들은 주담대 금리를 올리면서 추가 대출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부동산시장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 이내로 관리하는 가운데 하반기에는 실수요자 이외의 부동산 대출은 최대한 억제하는 등 부동산시장으로의 유동성 과잉 유입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거센 대출 옥죄기에 많은 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주택을 매입하려던 이들은 대출이 나오지 않거나 대출 금리가 오르자 현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각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부의 대출 옥죄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분양 상가를 계약하면 대출 80%가 나온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규제로 대출이 65%만 나온다고 하더라. 너무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집값이 오름에 따라 정부에서 대출 규제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 NH농협이나 SC제일은행처럼 아예 주담대를 전면 금지한 것은 사상 초유다. 지금은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대출 금지는 저가 주택 실수요자에게 직격타를 줄 것"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다음 달 전세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주거래 은행이 대출을 중단해 답답하다. 다른 은행을 알아보는 중인데 원하는 만큼 대출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담대나 가계 대출을 막게 되면 결국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들이 예상된 자금을 대출받을 수 없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무주택자나 실수요자는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출구전략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