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열 교수 “과징금에 형사처벌·징벌적 배상까지 부과 한국이 유일”
기업의 부당한 공동 행위와 부정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을 놓고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다시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보다 기업 투명성이 높아진 만큼 경쟁국보다 과도한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정거래법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손경식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시적ㆍ전략적 관점에서 공정거래법 관련 제도들을 다시 살펴볼 시기”라며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우리 기업들의 경영혁신과 글로벌 경쟁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공정거래법 중 지나치게 엄격한 일감몰아주기 규제나 지주회사 규제 같은 조항들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규제를 찾아볼 수 없으며,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측면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들은 공정거래법에 형사처벌 규정을 두지 않거나 담합(카르텔)에 대해서만 두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공정거래법 전반에서 규정을 두고 있어 부담으로 작용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손 회장은 “과거 우리 기업들의 투명성이 낮게 평가받던 시절이 있었고, 우리 공정거래법은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지만, 이제 우리 기업들의 경영 투명성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라며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보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변화에 뒤처지거나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더 많은 부담을 가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경쟁법인 공정거래법이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선진국에는 없는 규제 부담을 지우면, 그만큼 한국 기업은 글로벌경쟁에서 불리해진다”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기업집단규제도 한국에만 있고, 경쟁법 위반 제재 수단으로서 과징금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과 징벌적 배상까지 부과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이 점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정책의 방향이 파괴적 혁신을 위한 글로벌경쟁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심도 있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정호열 건국대 석좌교수(전 공정거래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회서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정거래법의 집행 방식이 한국 기업과 우리 경제의 미래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인학 기업법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정거래법의 ‘경제력집중 방지’를 ‘경제력 남용 방지’로 규제 목적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고,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주회사와 같은 기업의 형태적 문제에 대해 과도한 규제들이 유지·강화되고 있어 원점에서 재고하고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롭게 재편된 대기업집단 규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으나, 정확한 진단과 평가는 올 연말의 제도 시행 이후에 가능할 것이므로 일단은 제도의 성과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