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도지' '도지 2.0' 유사 코인만 100개…도지코인 상표권 분쟁

입력 2021-09-15 13:15 수정 2021-09-1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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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으로 회사 설립하거나 '도지코인 2.0' 만드는 등 유사 명칭에 골머리

(도지코인 트위터 캡처)
(도지코인 트위터 캡처)

가상화폐 조롱을 위해 등장했으나 올해 가격 폭등으로 코인 열풍의 주역이 된 도지코인이 이번에는 상표권 분쟁에 휩싸였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도지코인 개발자와 초기 지지자들이 설립한 도지코인 재단이 이번 달 미국 특허청에 상표 출원서를 제출했다.

도지코인 재단은 2014년 설립된 뒤 해체 상태였으나 올해 8월 재출범했다.

그러나 재단의 도지코인 상표권 획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도지코인으로 상표 출원을 한 사례가 6건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암호 화폐 상표 뿐만 아니라 아기 담요, 남성복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도지코인’ 명칭 사용 독점을 노리고 있었다.

젠스 위처스 도지코인 재단 이사는 “이 상표(도지코인)가 오래 지속될 거라 알지 누구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개발 당시에는 상표 등록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는 후회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밈 코인에 불과했던 도지코인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테크노킹(최고경영자)이 자신을 ‘도지아빠’로 칭하는 등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해 큰 가격 반등을 겪었다. 올해 한때 가상화폐 시가총액 5위까지 올랐고, 현재는 9위에 자리한 상태다.

도지코인 열풍에 힘입어 유사 가상화폐들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상장된 가상화폐 중 ‘도지’라는 별칭을 가진 가상화폐는 100개 이상이다. 올해 상장한 도글론 마르스와 베이비 도지코인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에는 쿡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문 래빗 앙고자이바츠라는 회사가 미국과 유럽연합에 도지코인 상표를 출원했다. 회사 창립자인 앙헬 베흐세티는 재단이 원조 도지코인 재단이 운영을 중단한 것을 알고 자신의 회사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도지코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오픈소스로 제공된 기존 도지코인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베흐세티는 ‘도지코인 재단’이라는 이름을 가진 회사를 쿡 아일랜드에 설립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원조 도지코인 재단은 “쿡 아일랜드의 도지코인이 자신들의 명성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한다”고 비판했다. 베흐세티는 “(도지코인 측이) 상표권과 같은 권리를 포기했다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 악의는 없다”고 해명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가상화폐는 본래 독점 소유가 아닌 분산 소유에 기반을 두고 있으므로 도지코인 이름에 대한 배타적 권리 주장은 가상화폐의 본정신에 역설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례로 미국 특허청은 가상화폐의 시초인 ‘비트코인’ 명칭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지코인 자체도 럭키코인이라는 오픈소스 가상화폐를 복사하고 개량해서 만든 것이다.

일부 지적재산권법 전문가들은 “원조 도지코인이 근 10년간 암호 화폐로 사용돼왔으므로 명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기존 도지코인의 단점을 개선해 상장을 준비중이라는 도지코인2.0 로고 (dogecoin2.0 홈페이지)
▲기존 도지코인의 단점을 개선해 상장을 준비중이라는 도지코인2.0 로고 (dogecoin2.0 홈페이지)

한편 유사 도지코인을 넘어 ‘도지코인 2.0’이라는 이름도 등장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발행 수 제한이 없는 기존 도지코인을 1억 개로 제한을 두는 등 도지코인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도지코인 측은 지난 8월 도지코인 2.0 측에 이름과 홈페이지 도메인 등의 변경을 요구했다. 위처스는 “도지코인 2.0이 원조 도지코인의 두 번째 버전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지코인 2.0 측은 도지코인 측의 요구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개발자 캠 기어리는 “9000개의 다른 도지코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왜 우리만 제재하려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영국의 자산관리사인 코인셰어스의 크리스 벤딕슨 리서치 팀장은 “도지코인은 태생적으로 유사한 상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도지코인은 이렇게 많은 파생 상품을 보고 놀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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