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케르초 2번서 울린 배달 알람…그래도 조성진은 '해냈다'

입력 2021-09-18 20:19 수정 2021-09-18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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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써낸 쇼팽 레퍼토리…앙코르 곡까지 자신감 있는 연주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앙코르 공연이 열렸다. (사진=크레디아)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앙코르 공연이 열렸다. (사진=크레디아)
18일 오후 6시 13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앙코르' 2부 공연이 진행되던 중이었는데 1층 B구역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 알람이 울린 것이다. 무려 5번이나 이어진 알람 소리에 너도나도 당황한 눈치였다. 관객은 소리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건 이 날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조성진뿐이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 알람 음이 더욱 원망스러운 건 조성진이 이때 '하필' 스케르초 네 곡 가운데 2번 bb단조(Op. 31)를 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케르초 2번은 쇼팽의 독창적인 피아니즘을 가장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는 곡이다. 쇼팽의 연애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여인 죠르쥬 상드가 그에게 끈질긴 구애를 벌이던 1837년에 완성된 곡. 인상적인 도입부에 이어 등장하는 매력적인 주제로 팬층이 두터운 곡이다.

스케르초는 조성진에게도 의미가 남다른 곡이다. 스케르초는 조성진의 음악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연주됐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조성진은 "스케르초 2번은 2006년 지휘자 정명훈 선생님 앞에서 연주해 정 선생님과 인연이 만들어졌고, 은사인 신수정 선생님과의 인연도 있게 된 곡"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당시 준결선 마지막 곡으로도 스케르초를 연주했다.

관객들은 더욱 깊어진 조성진의 연주를 듣기 위해 콘서트홀을 찾았다. 조성진은 이번 투어를 통해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다음 해 도이치 그라모폰(DG) 데뷔 앨범으로 쇼팽을 연주한 뒤 6년 만에 쇼팽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관객의 매너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한 순간이었고, 마음이 상했다.

다행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안방 1열에서는 알람 소리가 울린 줄도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조성진은 여느 때처럼 화려하면서도 자신감 넘치게 연주를 해냈다. 무너지지 않았고, 스케르초 2번 연주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그의 손가락은 날개를 단 듯 가볍게 건반을 어루만졌다. 그는 무대를 소중하게 여기는 듯 온 힘을 다해 연주했다.

조성진은 이날 레오시 야나체크 '피아노 소나타 Eb 단조 1. X.1905', 모리스 라벨 '밤의 가스파르 M.44', 스케르초 1~4번을 연주했다. 앙코르곡은 지난주 발매된 앨범 수록곡이자 그동안 앙코르곡으로 자주 쳐온 쇼팽 '녹턴 Op.9 2번'과 '화려한 대 왈츠 Op.18'.

조성진은 피날레 공연의 의미를 되새기며 무대를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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