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도 마찬가지다.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서바이벌 게임에 사람들은 스스로 다시 돌아온다. 지옥 같은 바깥보다 차라리 희망이라도 품어 볼 수 있는 이곳이 더 마음 편하다고 말한다. 하긴 희망이 없는 곳은 지옥보다 못하니까.
어린 시절 운동장에 선 긋고 열중하며 놀았던 오징어게임이 일약 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세계 1위를 이 드라마로 찍어보겠다는 넷플릭스의 야심 찬 계획은 현실이 되었다.(7일째 넷플릭스 TV 부문 1위) 영어 제목도 ‘Squid Game(오징어 게임)’이다. 시청자들은 호불호가 명확히 나뉜다. 일본 영화 ‘배틀로얄’과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 ‘신이 말하는 대로’가 겹쳐 보이고 미국 영화 ‘쏘우’나 ‘큐브’가 얼핏 떠오르지만 황동혁 감독이 2008년부터 10년 넘게 구상한 작품이라고 하니 표절 시비에서도 한 발짝 비켜간다. ‘데스게임’ 장르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같은 K-놀이를 접목하여 글로벌에 소개했다. 여기에 사연과 캐릭터를 접목하여 타 장르물과 차별화도 꾀했다.
이정재, 박해수가 주연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줬고, 조연들은 새로운 얼굴들로 꾸려져 현실감을 높였다. 무려 456억 원을 놓고 게임에서 최종 승리하면 이 돈을 몽땅 차지한다는 게임의 룰은 유치한 듯하지만 시청자들을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무엇보다도 ‘오징어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다양한 갈등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계급 갈등은 물론 원초적으로 짊어진 우리들의 민낯을 자본의 폭력과 횡포의 소용돌이에 그대로 노출했다. 여기에 우리만이 겪고 있는 탈북자들의 아픔도 개입한다.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루저이지만 그들을 옥죄는 제도적 폭력은 미처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서로 물고 뜯으며 싸운다. 백수건달인 쌍문동 찌질이 성기훈(이정재)은 “우리끼리 이러면 안되잖아!”라고 소리치지만 이미 그들에겐 공허하기만 하다.
시청자들은 마치 현실의 메타버스처럼 무한정의 경쟁과 자본의 논리 앞에서 휘둘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며 자괴와 함께 묘한 쾌감을 느낀다. 그것이 ‘오징어게임’의 성공 비결인 듯하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