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만1447명’. 서울 내 한 아파트 청약접수에 몰린 인원수다. 내 집 마련을 위한 청약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 주택담보대출 마저 어려워지면서 주택 실수요자들이 청약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분양가 상승과 추가 부동산 대출 규제가 확실시되는 만큼 연내 청약 경쟁은 더울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진행된 ‘e편한세상 강일 어반브릿지’ 1순위 청약에 13만1447명이 몰렸다. 단 389가구 모집에 13만 명 이상이 운집해 평균 경쟁률은 337.9대 1을 기록했다. 서울 내 1순위 청약자가 13만 명을 넘은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청약경쟁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5월 경기 화성시에서 분양한 ‘동탄역 디에르트 퍼스티지’에는 24만4343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302가구 모집에 24만 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809.1대 1에 달했다. 또 지난 7월 세종시에서 분양 신청을 받은 ‘세종자이 더 시티’ 1순위 청약에는 1106가구 모집에 22만842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200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데다 새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인근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자 주택 실수요자들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 또 특별공급 비중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공급 물량이 줄어든 탓에 경쟁률이 더 오른 영향도 있다.
청약 광풍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먼저 정부 ‘기본형건축비 상한액’ 인상 확정으로 내년부터는 분양가 상승이 확실시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분양가상한제 대상 공동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을 3.42% 인상했다. 건축비 상승분은 이달 15일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단지부터 적용된다.
이에 공급면적 3.3㎡당 건축비 상한액은 기존 664만9000원에서 687만90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현재 분양가상한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시행 중이다. 결국 기본형건축비의 상승은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분양가는 크게 택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되는데 최근 공시지가가 많이 올라 택지비도 증가했다. 여기에 건축비까지 오르면 분양가는 더 오르는 것이다.
여기에 청약 아파트 잔금대출 규제도 코앞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입주 잔금대출 기준을 ‘분양가와 KB시세, 감정값 중 최저금액’으로 변경했다. 기존 ‘KB시세 또는 감정값’에서 분양가를 추가한 것으로 최근 집값 상승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잔금 대출 기준을 분양가격으로 바꾼 것이다.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를 적용하면 대출한도는 줄어들어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다른 은행으로도 잔금대출 축소 기조가 번질 수 있는 만큼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가계대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총량 규제를 해야 한다는 방향은 맞지만,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핀셋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