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풍경] 더하기 아니라 빼기

입력 2021-10-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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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전철 안에서 다른 칸으로 가려고 걸어가던 때였다. 서 있는 사람도 없고 여기저기 좌석도 비어 있어 양쪽에 앉아 있는 사람들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날 따라 배가 볼록하게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다음 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퍼뜩 든 생각이 “복부비만인 사람이 의외로 많구나” 하는 것이었다.

진료를 하다 보면 “A가 몸에 좋다는데 먹어도 되나요?” “B가 당뇨에, C가 암에, D가 면역력에 좋다는데 먹어도 되나요?” 하는 질문을 참 많이도 받는다. 그럴 때 내 대답은 “해롭지 않으니 먹어도 됩니다”이다. 사람들은 이처럼 뭘 먹어야 건강해진다고 여긴다.

동물 중에서 사냥이나 낚시 같은 먹잇감을 잡는 행위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취미로 하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맛을 즐기거나 스트레스를 풀려고 먹는 존재도 인간이 유일하다. 사자나 호랑이는 배가 부르면 좋아하는 먹잇감이 옆에 있어도 내버려 둔다. 배가 고파야만 비로소 사냥을 하고 먹는다.

이와 같은 식습관으로 사자나 호랑이가 인간보다 더 건강하다. 과식은 인간에게만 있는 문제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굶주리지만 중진국 이상에서는 최소한 굶주림은 없어졌다. 그런데 길고 긴 인류의 역사에서 이렇게 된 기간은 과학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산업혁명 이후로 불과 몇백 년밖에 안 된다. 그전까지는 극히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굶주렸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전쟁이나 전염병을 제외하고 건강을 위협하는 큰 문제가 굶주림이었다. 치료도 먹어서 영양분을 보충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금 세종대왕보다 더 잘 먹고 있다면 억지일까.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 못 먹어서일까, 아님 많이 먹어서일까. 몸에 좋다는 식품을 먹었는데 먹기 전과 큰 차이가 없다면 그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영양분이 우리 몸에 이미 많다는 뜻이다. 건강을 위해 뭘 먹어야 한다는 생각은 과거 굶주렸을 때의 관습이다.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를 해야 건강해지는 시대다. 대표적인 것이 탄수화물, 지방, 소금, 설탕, 인스턴트식품, 술, 담배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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