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해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31일(현지시간) 공동선언문을 통해 글로벌 최저한세율 부과와 디지털세 도입을 담은 글로벌 조세개혁안을 추인했다. 글로벌 최저한세가 2023년부터 부과되면 전 세계 세수가 176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정상회의를 한 뒤 2023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율 부과와 디지털세 도입 등 디지털세 합의안을 담은 공동선언문(코뮤니케)을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선언문에서 "이번 합의안은 역사적 성취로 우리는 보다 안정적이고 공정한 국제 조세체계를 확립하게 될 것"이라며 "2023년에 전 세계적으로 발효될 수 있도록 세부 이행계획에 따라 표준규칙과 다자간 기구를 신속히 개발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136개국이 동참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G20 포괄적 이행체계(IF) 합의안은 이른바 '디지털세'로 불리는 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필라1)과 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필라2)으로 구성된다.
필라1에 따라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 200억 유로(27조 원), 이익률 10% 이상 대기업 매출에 대한 과세권이 시장소재국에 배분된다. 현재 국내 기업 중에서는 연 매출 200조 원 이상인 삼성전자와 30조 원 내외인 SK하이닉스가 영향권에 들어간다. 이들 기업은 2023년부터 글로벌 매출 가운데 통상이익률(10%)을 웃도는 초과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시장 소재국에 내야 한다.
각국 정부는 그동안 자국에서 큰돈을 벌면서 세금을 내지 않던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권을 갖게 된다. 이는 전 세계 100여 개 글로벌 기업에 해당하며, OECD는 각국 정부가 1250억 달러(147조 원)에 해당하는 과세권을 재분배받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글로벌 최저한세율이 도입되는 필라2에 따라 2023년부터 연결매출액이 7억5000만 유로(1조 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내야 한다. 전 세계 기업 7000∼8000곳이 대상이 되며, 이로 인해 각국 정부의 세수는 1500억 달러(176조 원) 늘어날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이번 합의를 통해 세수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 중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필라1이 적용되면 수천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필라2로 인해 수천억 원의 세수가 늘어나 합하면 세수가 약한 플러스(+)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필라1에 따라 과세권을 나눠줘야 하는 우리 기업은 한 개 내지 두 개지만, 워낙 매출 규모가 커서 나눠줘야 하는 규모가 큰 반면, 우리가 과세권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은 70∼80개지만 이익률이 높지 않아 수천억 원의 세수감소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라1이 단기적으로 세수 감소 요인이지만, 거대플랫폼 사업자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2025년부터 2030년까지 가면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세수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매출 귀속 기준을 어떻게 할지, 세이프 하버 기준을 어느 정도 도입할지에 따라 세수 추계는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