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악재 딛고 불황속 정면 돌파 선언 관심
- 100년 넘긴 가족경영 다음세대에도 순항할까
그 출발이 1896년 8월 1일 창업한 ‘박승직 상점’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두산그룹은 국내 재벌그룹 중 100년 역사를 넘기는 유일한 곳이다. 두산그룹은 2007년 '밥캣' 인수와 지난해 글로벌 경제 위기까지 맞물려 유동성 논란으로 일대 홍역을 치룬 바 있다.
올해 두산그룹에게는 이러한 시장의 의혹을 잠재우는 숙제와 함께 지주사 체제 전환 작업을 마무리 하는 시점을 맞고 있다. 또한 2005년 형제의 난 이후 빛은 바래왔지만 '가족 경영' 모토 속에 향후 창업 4세들로의 원만한 승계도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극심한 경기침체에 공격 경영 표방
두산그룹은 올해 극심한 경기 침체에도 각각 지난해 추정치보다 9%, 27%늘어난 매출 25조3000억원,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비슷한 수준인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목표 설정과 관련 두산측은 지난해 단행했던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효과가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란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두산을 둘러싼 유동성 논란이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경영 선포는 세간의 이목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라는 일각의 시각도 없지 않다.
두산의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은 2007년 하반기 약 50여억 달러를 들여 미국 건설장비 업체인 ‘밥캣’ 인수계약을 성사하면서 부터 비롯됐다.
당시 인수자금 조달 계획과 관련 두산은 자기자본으로 투입하는 돈은 10%에도 못 미치는 4억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는 관측이 무성했다.
결국 두산은 지난해 8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이 밥캣과 관련해 총 10억 달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유동성 논란이 불거졌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위산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본금 1000억원의‘두산DTS’를 신설했고 9000여억원의 매각자금을 확보했지만 지난해 11월 두산테크팩과 올 1월 두산주류BG의 매각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 외에도 두산중공업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올 1월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두산엔진은 연말을 기해 보유 중이던 STX 주식 350만7730주를 매각해 521억2333만원을 확보했다는 사실도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관측되는 사례다.
이에대해 두산은 주력사업 투자 재원 활용과 함께 재무구조가 순현금 보유구조로 전환과 부채비율 개선으로 유동성 논란이 수그러들 것이란 입장을 보여 왔다.
◆ 험난했던 지주사 전환 과정
친기업 표방의 현정부 들어 유리해진 지주사 전환 여건을 발판으로 두산은 난항을 겪던 ㈜두산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 전환도 올 3월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총수 3세 형제간 이전투구로 점철된 2005년‘형제의 난’ 이후 불거진 비자금과 분식회계로 인해 훼손된 기업 이미지 개선과 투명 경영을 공약하며 2006년 초 그 방편으로 3년 이내 지주사 체제 전환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두산은 지난 2007년 5월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 지분을 매각함에 따라 두산→두산중공업→두산엔진/두산인프라→두산으로 이어지는 환상형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에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부채비율 200% 이하, 지분법주식평가비율 50% 이상, 금융자회사 매각 등 주요 요건을 모두 맞추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그룹은 2006년 종가집김치 사업을 매각했고 2007년에는 두산타워와 생물자원 사업을 물적 분할했다. 지난해 11월 테크팩과 올 1월 주류사업을 매각하면서 ㈜두산의 부채비율은 50%대까지 떨어뜨렸고 지분법주식평가비율도 50%를 넘겼다.
마지막 남은 금융자회사 매각 부분도 이달 임시국회에서 최종 통과 과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지난해 말 공정위가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지주사가 금융자회사와 비금융자회사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수혜를 보게 됐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41.25%를 보유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다시 두산캐피탈 지분 20%를 갖고 있지만 개정안이 최종 발효되면 금융계열사인 두산캐피탈을 매각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지주사 체제 전환과 관련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게 된 셈이다.
◆ 발 빨라진 창업 4세로 이동 행보
두산그룹은 박용곤, 박용성, 박용현, 박용만 등 3세 형제들을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형제의 난 이후 박용오 전 두산회장과 그의 두 아들은 제명됐지만 정원, 지원, 진원, 석원, 태원, 형원, 인원 4세 경영인들이 경영일선에 전진 배치되며 가족경영이란 큰 틀 가운데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공정위 최근 조사에 따르면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14개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일가가 보유지분에 비해 얼마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결권 승수에서 8.55를 기록했다. 이는 SK(17.05), 한화(12.26)에 이어 세번째로 높게 나타난 것이라 상대적으로 소유와 지배간 괴리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이지만 두산은 지주사 체제 전환과 맞물려 그룹 4세들로의 승계구도가 급진전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5월 그룹 내에서 활동하는 두산가 4세 8명이 모두 승진했다. 특히 주류부문 매각 과정에서 두산가 4세 선두주자인 박정원 두산 부회장이 그룹 모태의 매각이라는 반발 속에서도 결국 관철에 앞장선 것으로 전해지는 만큼 두산가 4세들의 그룹내 위상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이다.
뿐만 아니라 두산가 5세들 역시 지난 2007년부터 지주사 역할을 할 ㈜두산의 지분을 증여받고 있다는 점에서도 4세들로 승계 가속화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