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인 누명을 썼다고 주장해온 사형수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케빈 스팃 지사가 이날 오후 사형이 집행될 예정이었던 줄리어스 존스(41)의 형을 무기징역으로 감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존스는 지난 1999년 보험회사 임원이었던 백인 남성 폴 하월을 납치하고 살해한 혐의로 2002년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존슨은 “나는 그때 가족들과 집에 있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자신이 흑인이라는 사실이 유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호소했다.
특히 존슨은 하월의 살해범으로 자신의 고교 동창생을 지목하며 그가 자신에게 누명을 띄운 거라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존슨의 사연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그의 이야기를 담은 3부작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뒤부터이다. 이후 오클라호마주 지역사회와 미국의 셀러브리티 스타 킴 카다시안 등 유명인들이 그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형 집행을 반대해 왔다.
사형을 하루 앞둔 지난 17일에는 수백 명의 오클라호마시티 고교생들이 그의 사형 집행 반대를 공론화하기 위한 교실 비우기 시위를 벌였으며, 사형 집행 날에는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주립 교도소 앞에 모여들기도 했다.
존슨의 감형 소식은 사형 집행을 몇 시간 앞두고 전해졌다. 스팃 주지사는 설명을 통해 “사건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검토해 존스의 형을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으로 감형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존스의 어머니는 “아들을 석방하기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라며 스팃 주지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교도소 앞에 모인 존슨의 지지자들 역시 환호했다. 킴 카다시안 역시 SNS를 통해 “존슨의 생명을 구하는 걸 돕고 목소리를 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모두 환호한 것은 아니었다. 하월의 유가족과 수사 당국은 당혹스러움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월의 죽음을 목격했다고 주장해온 누나는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에 위안을 얻는다”라고 씁쓸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