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 첫 발 뗐는데...오미크론 ‘복병’ 만난 세계경제

입력 2021-11-30 10:39 수정 2021-11-3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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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오미크론 확산, 고용과 인플레 위협 요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주요국 금융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시동을 걸자마자 ‘복병’을 만났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공습이다. 노동자들이 감염 우려로 일터 복귀를 꺼릴 가능성이 커졌다. 인력 부족으로 공급 쇼크가 길어지고 경기회복도 지연될 수 있다. 최근 중앙은행들은 고용과 소비 호조를 전제로 양적완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새 복병의 등장으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30일 상원 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답변서에서 “오미크론 출현으로 고용과 경제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플레이션 불확실성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큰 우려는 새 변이 확산이 사람들의 일터 복귀 의지를 꺾어 고용 상황 개선을 늦추고 공급망 붕괴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변이 확산이 고용과 물가를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앞서 연준은 고용 상황 개선을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조건으로 제시했다. 최근 실업자 수가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미 노동부는 11월 셋째 주 실업수당 청구자 수가 19만 9000명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26만 명)를 크게 밑돈 것은 물론 1969년 11월(19만7000명)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 급등세도 연준의 긴축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10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5.0% 올라 1990년 11월 이후 3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준 목표치인 2%도 크게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4.1% 급등해 199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PCE 물가지수와 근원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다.

11월 독일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2% 상승해 동서독 통일로 물가가 급등했던 1992년 6월(5.8%) 이후 2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스페인 물가상승률도 5.6%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물가가 치솟자 코로나 사태 이후 도입했던 양적완화 조치를 거둬들일 채비에 나섰다. 3일 연준은 이달 말부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5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고용지표를 주시, 추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속도를 늦춰왔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으로 태세를 전환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오미크론이 전 세계를 덮친 것이다. 고용 불안이 커졌고 이를 전제로 한 기준금리 인상도 불확실성이 증폭됐다.

블랙록 전략가 알렉스 브래지어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시기와 정도를 고민할 것”이라며 “경제 재개 시기가 얼마나 늦춰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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