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계대출 시장은 한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저신용자’ 중심의 성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함께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은행권의 운신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총량 관리에서 제외되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당국이 설정한 내년도 가계대출 목표 증가율은 4~5% 수준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실시했던 총량 관리에 차주별 DSR 규제를 강화하는 시스템 관리가 더해진다. DSR 규제란 대출자의 1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올해 1월부터는 총대출액 2억 원 초과 시, 7월부터는 총대출액을 1억 원 초과 시 DSR 규제를 적용한다. 결국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 내에서만 돈을 빌릴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벌어졌던 대출 중단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분기별로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올해에는 특정 시기에 대출이 몰리는 현상 없이 매 분기 안정적인 대출 물량 배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 따라 분기별, 월별 한도를 분명히 두고 한도 내에서 대출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꼭 필요한 실수요 대출만 제한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은행, 고객, 금융당국 모두 올해 초부터 가계대출 총량에 대해 타이트하게 관리할 것이란 인식이 있다”며 “다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시기적인 이슈가 없어 선제적으로 대출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가수요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서민·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대출총량관리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제외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은행이 자체적으로 공급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부문이기 때문이다. 35조 원에 달하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잡기 위해 은행들은 중·저신용자의 상환능력의 정확한 평가를 위해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에 나섰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올해에는 정책 당국에서 분기별로 (대출) 조정을 하겠다고 하니 특정 기간에 쏠리진 않을 것”이라며 “단, 작년보다 시장이 작아진 만큼 총액 한도 범위 내에 들어가지 않는 중금리 대출 등 몇 가지 상품을 중심으로 은행 간 경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이 기대보다 중·저신용자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중금리대출은 제2금융권에서 하던 이유가 신용도가 낮은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 적극적으로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대출 종류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를 이끈 전세자금대출의 증가가 올해 대출시장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총량 한도에 전세대출이 포함됐지만, 실수요자가 많아 다시 지난해처럼 일시적으로 총량 규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은 차주단위 DSR 규제로 인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의 경우 한도가 늘어나는 일부 은행이 있어 연초 가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