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제4 인터넷은행과 신규 지방은행의 설립을 좌우할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은행업에 경쟁이 충분한지 진단한 뒤 신규 진입을 허용하거나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는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 초 은행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를 진행하고 은행업 진입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쟁도 평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은행업 경쟁도 평가는 정량분석, 산업 구조 등에 대한 보조적 분석, 소비자 만족도 등 정성 평가 등을 통해 은행업과 인가 정책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은행 인가와 규제 개선을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18년 5월 금융업에 대한 신규진입 의사 결정이 금융당국 담당자 재량에 의존하고 있어 진입정책이 보수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쟁도 평가를 도입했다. 외부기관 연구용역 등을 통해 시장 상황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진입정책 운영이 가능하도록 진입정책 의사결정 체계를 재설계한 것이다.
제도 도입 이후 첫 은행업 경쟁도 평가는 2018년 12월 이뤄졌다. 당시 경쟁도 평가 결과 은행업 경쟁도가 낮아 신규진입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결론이 나왔다. 신규 진입의 형태로 시중은행, 지방은행에 대한 신규인가보다는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수 있는 소형, 전문화된 은행에 대한 신규인가가 더 적절할 것이란 제언이 나왔다. 이에 따라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인가를 받았다.
두 번째 이뤄지는 은행업 경쟁도 평가의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진출, 새로운 지방은행 설립 등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부터 시작한 은행업 평가가 결국 윤석열 정부에서 마무리되면서 차기 정권에서 새로운 은행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은행연합회는 작년 5월 8개 금융지주사가 인터넷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견서를 금융위에 전달한 바 있다. 이 의견서에는 해외 사례, 기대효과 등이 담겨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및 시행령상 금융지주사가 100% 인터넷은행 자회사를 가질 수 있는 만큼 이번 경쟁도 평가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 계열 인터넷은행이 탄생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새로운 지방은행 탄생 여부도 주목된다. 충청권과 강원권에서는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지방은행 설립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최근 금융당국의 업권별 경쟁도 평가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은 '이코노미 니즈 테스트(Economy needs test)'를 지양하고 있다.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할 수 있는 경쟁도 평가를 지속하는 게 맞는지 당국과 금융업권에서 의문이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금융사 인가 접수를 수시로 받으면 부담이 커 경쟁도 평가가 나왔지만, 시장의 진입 등을 인위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인 경쟁도 평가가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당국 안팎에서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