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찬의 세금과 사회] 법인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

입력 2022-03-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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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보수 야당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기업을 대변하는 단체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낮춘 법인세율을 한 차례 더 낮추고 싶어 하는 것이다. 적절치 않다. 어떻게 포장하든 지속 가능하지 않고 특권계층에만 유리할 뿐 전체 경제에는 해롭다.

기업에 대한 과세는 법인세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기업은 경제활동의 중심이므로 경제활동에 대한 과세는 어느 나라에서나 조심스럽게 다루어진다. 그러나 공정한 과세라는 측면이 무시될 수는 없기에 기업에 대한 과세도 개인에 대한 소득세와 비교해 가면서 생각해야 한다. 법인세는 소득세와 함께 기업에 대한 과세의 양축을 구성한다. 5억 원 이상의 소득을 가지는 개인사업자들에게는 소득세율 45%가 적용되는데, 사업을 법인의 형태로 수행하면 20%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소득이 2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에는 이보다 더 낮은 10%의 법인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는 법인세 과세 후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할 때 소득세가 다시 부과되기는 하나 대주주가 법인의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기업에 유보하기로 하면 이 부담은 없어진다. 한국 기업의 배당성향은 대체로 낮다. 결과적으로 법인은 대주주의 조세피난처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업형태 선택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인사업자의 세부담과 법인사업자의 세부담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법인이 배당을 미루어서 배당 단계의 소득세 과세가 무한정 미루어지는 것을 감안하여 원천징수의 성격을 가지는 법인세율이 소득세율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세법 규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법인세 최고세율 22%와 소득세 최고세율 45%의 격차는 매우 큰 것이다. 기업을 지배하는 대주주는 법인세를 부담하고 남은 이익을 지속적으로 기업에 유보시켜서 세부담을 회피한다. 법인의 소득은 주주에게 경제적으로 귀속되는 것이어서 다른 시민들에 비하여 기업의 대주주들은 가볍게 과세되고 세부담의 공평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어떤 사람들인가?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지급되는 배당소득의 69.3%가 상위 1%의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의 배당소득이 소수 특권층의 것이니 주식의 소유도 그렇다. 기업에 대한 낮은 법인세율은 결국 이들 소수 특권층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특권층에 대한 과세가 이렇게 가볍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기업의 투자를 장려하고 경제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포장되고 있다. 뚜껑을 열고 보면 이러한 과세는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일부 계층에 누적된 부가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비력 감소, 내수 부족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 경제에 해롭고 비효율적이다.

법인소득에 대하여 낮은 세율로 특혜를 주는 것이 경제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법인세 감세가 경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즉,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하여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가져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촉진 효과가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와 이에 따른 정부지출 감소가 야기하는 성장저해 효과보다 커야 한다. 정책수단 투입의 기회비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법인세 감세와 그로 인한 성장 효과의 혜택이 모든 소득계층에, 특히 저소득계층에도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우리 현실에서 과연 충족되는가? 특히 성장의 혜택이 저소득계층에도 미치는가? 법인세 감세가 투자를 늘리고 늘어난 투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가? 학계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즉 법인세 감세의 투자유인 효과, 경제성장 촉진 효과, 그리고 외국자본 유인 효과는 실증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많은 투자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성격의 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 감세의 명분은 더 허약해진다.

우리 정부나 기업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국내에서 법인들이 충분하게 과세 부담을 하고 있다고 강변한다. 2018년 기준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GDP에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이 3.1%인 것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4.2%로 집계되었다. OECD 평균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법인세 비중이 높은 이유는 법인에 대하여 충분하게 과세하기 때문이 아니라 법인의 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들보다 월등하게 높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법인소득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5%로서 미국의 7%, 영국의 13.2%, 프랑스 5.5%, 독일 8.3% 그리고 일본의 13.2%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다. 법인의 소득이 높은 이유는 법인에 대한 낮은 세율과 높은 조세 감면, 낮은 수준의 사회보장비용 분담, 그리고 전기사용료 등 기타 조세 외적인 특혜로 생긴 법인의 이익을 기업에 유보시키고 증식시키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경제적 발전의 속도는 그 사회의 효율성에 좌우된다. 형평성이 확보되지 않은 사회는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한다. 한국사회에서 형평성의 중요한 훼손은 심각하게 낮은 법인과세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소득세 최고세율과 법인세율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법인세의 세율을 올리고 감면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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