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여객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항공 산업을 둘러싼 방역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각종 규제가 자칫 항공 산업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월에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여객 수는 40만7672명으로 2월(31만6152명)보다 28% 늘었다. 각국 정부의 방역 수칙 완화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확대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아시아나항공이 3일부터 인천~하와이 노선의 운항을 25개월 만에 재개하는 등 휴양지를 중심으로 항공편이 되살아나고 있다.
항공업계는 국제선 수요 급증에도 한국의 해외여행 관련 방역 정책이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PCR(유전자 증폭검사) 음성 결과서 제출을 의무화한 정책이 대표적이다. 방역 당국은 1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해제했지만, 여전히 해외 입국자가 현지 출발 48시간 이내에 발급받은 PCR 음성 결과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없고 해외 여행객의 불편함만 가중하는 이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영국은 코로나19 입국 제한 자체를 없앴고 프랑스, 독일, 스페인, 네덜란드 등에서도 PCR 음성확인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며 “과감히 방역 정책을 완화한 미국에서는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비교해 93%까지 회복됐지만, 한국은 이전 수요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정을 방치한 방역 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신속하게 국제선 운항 확대를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힘을 얻는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항공사는 국토부에 국제선 운항 허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방역 당국이 결정권을 갖고 있다. 그간 방역 당국이 국제선 확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항공업계는 국제선 증편과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인천공항의 시간당 국제선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약 40편이었지만, 2020년 4월부터는 10편으로 제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수요를 공급이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제선 확대 허가 절차가 워낙 까다롭고 결정도 신속히 나오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3단계로 나눠 올해 국제선 항공편을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의 50% 수준까지 복원할 계획이다. 5월부터 1단계를 시행해 매달 국제선을 100편씩 증편하고, 7월부터는 2단계로 매달 300편씩 증편한다. 이르면 10월부터는 3단계에 돌입해 국제선 운항을 50%까지 회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입국자의 PCR 검사 의무를 없애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토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계획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결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촉구한다. 항공업계 노조 관계자는 “반복되는 휴업으로 항공업계 노동자의 삶이 망가지고 있다. 당국은 방역 정책의 문턱을 낮추고 항공 수요의 정상화를 위한 과감하고 발 빠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