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지검의 태세전환…‘친문’ 검사들이 문 정부 겨눈다

입력 2022-04-04 16:26 수정 2022-04-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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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 신청사 전경 (연합뉴스)

그간 조용하던 서울동부지검(심우정 지검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3년 동안 검찰 캐비넷에 묵혀뒀던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대선이 끝난 직후 꺼내든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한때 ‘친정권’으로 분류됐던 이들은 왜 현 정권에 칼을 겨누기 시작했을까.

4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최형원)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전개되고 있다. 사건은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검찰에 산업부 등 정부부처가 전 정권 인사들의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며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3년 동안 묻어뒀다. 법조계에서는 현 정부와 가까운 인사들이 동부지검에서 요직을 맡으며 사건 수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말들이 나왔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부터 기류 변화 조짐

동부지검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생긴 것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가 시작된 2017년부터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강요했다는 내용으로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 받은 사건이다.

동부지검이 김 전 장관을 기소하자 수사팀에는 칼바람이 불었다. 한찬식 동부지검장과 주진우 부장검사는 승진 탈락과 좌천성 인사를 받았고, 이에 반발하며 사표를 냈다. 이후 동부지검은 고발이 접수된 타 부처 블랙리스트 사건을 더 이상 들여다보지 못하고 캐비넷에 묻게 됐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최초로 폭로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은 “당시 검찰이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사건을 수사했고 이 일로 정권이 타격을 받자 다른 수사를 모두 막았다”며 “동부지검에서 찾아낸 (정치적) 사건만 40건이 넘는데 그 중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건 환경부 블랙리스트 단 한 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이었던 심우정 검사는 서울고검 차장검사,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 코스를 밟았고, 지난해 6월 동부지검장이 됐다. 심우정 지검장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장관 밑에서 호흡을 맞춰온 만큼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를 ‘친정권’ 인사로 평가했다.

"더 이상 막을 수 없어"…"블랙리스트 수사는 시작일 뿐"

동부지검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산업부를 시작으로 교육부, 통일부 등 다른 정부 부처 블랙리스트 의혹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부지검의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을 두고 일각에서는 ‘새 정권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새 정부의 눈치를 보며 현 정권을 향한 정치수사가 시작됐다는 비판이다.

반면, 외압으로 수사를 막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검찰 수뇌부는 소수일 뿐이고 몇 명 되지 않는다”며 “‘수사를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일선 검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그때는 위에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후 수사가 시작되면 오히려 오해를 빚을 수 있으니 정권교체 직전에 수사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봤다.

검찰 출신의 다른 변호사도 “수사와 법은 정치적으로 봐선 안 된다”며 “윗선에서 결재를 반려하고 거부하다가 용인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면 그때는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간부들이 당연히 수사해야할 사건을 묻어둔 것은 비열한 행동이지만 지금이라도 수사를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각자 살기 위한 당연한 행위”라고 평가했다.

동부지검의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는 현 정권을 겨냥한 대대적 수사의 신호탄일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전 수사관은 “문재인 정권에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 게 없기 때문에 대선 끝나고서야 봇물처럼 터져나온 것”이라며 “앞으로 타 부처 블랙리스트 의혹 외에도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사건들이 하나씩 터질 수 있다. 무혐의 나온 것도 다시 꺼내서 재수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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